97위 W ‘Where The Story Ends’

2008.08.07 17:43
조원희 | 음악평론가

독특하면서 새로운 멜로디 퍼레이드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를 뚫고 뛰쳐나온 너의 뒤틀린 웃음 다른 빛깔의 눈동자 위로 각기 서로 다른 시간을 비추며 Let’s Try 너는 내 곁으로.”

[대중음악 100대 명반]97위 W ‘Where The Story Ends’

초현실적이면서도 쉽게 이해되고 귀에도 잘 감기는 가사가 들려오는 가운데 노래의 클라이맥스가 다가온다. ‘Shocking Pink Rose’라는 타이틀의 후렴구 직후 들려오는 두 번의 박수소리, 덕분에 상쾌한 느낌이 상승한다. 이렇게 심플한 소재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내는 것이 그룹 W의 음악적 특징이다.

일찍이 청명한 분수 화음에 레게의 맛을 살짝 가미한 아이스크림 같은 느낌의 ‘그녀의 아침’으로 10년 이상 앞서나간 감각을 선보였고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를 통해 몇 십 년 전의 팝으로부터 현대의 감성을 뽑아내는 묘기를 보여주기도 했던 배영준이 ‘코나’ 이후 만든 밴드 W는 창작 의지가 사라져버린 듯한 21세기의 한국 대중음악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주는 인공호흡기와 같은 팀이다.

W가 주목받아야 할 부분은 바로 멜로디가 고갈돼 버렸다며 표절을 용서하자는 분위기까지 있는 이 현실 속에서 독특하고 새로우면서도 뛰어난 멜로디의 퍼레이드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W는 일렉트로니카라는 첨단의 장르에 속하는 밴드이지만 단순히 그 장르의 도그마 안에서 머무르지 않고 팝 음악의 장르적인 특성을 자유롭게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밴드 특유의 장르적인 중심점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역시 주목해야 한다. ‘퓨전 일렉트로니카’라는 용어로 소개되곤 하지만 단순히 장르들을 융합한 효과로 그들의 음악을 평가해버려선 곤란하다. 장르를 믹스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W 음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글램 록의 향수를 노래하고 있는 ‘Shocking Pink Rose’에서 그들은 가사뿐만 아니라 독특한 톤의 조작을 동반한 기타 솔로에서 역시 1970년대 영국의 로커들을 추억하고 있다. ‘하이웨이 스타’의 스트레이트한 그루브는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전 세계의 댄스 플로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하우스의 정통적인 느낌과 함께 낙차 큰 멜로디라인으로 듣는 이들의 흥분도를 높여준다.

세계적 수준의 하우스는 ‘Everybody Wants You’에서 완성을 맞이한다. 날카로운 스트링 섹션은 1970년대의 디스코를 계승 발전시키고 있고 음장감 깊은 베이스라인은 펑키한 그루브로 공명한다.

팀 내에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책임지고 있는 한재원의 기민한 음파의 변조, 부담감 없이 듣는 이들에게 바짝 다가앉으며 속삭이는 듯 결국 외치는 보컬 김상훈의 편안하면서도 심지 있는 목소리나 배영준의 개성 강한 기타 프레이즈 역시 이 곡을 명곡의 반열에 오르게 한다. 그 정통성과 실험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연주로부터 한국 대중음악 사상 가장 글로벌한 느낌의 멜로디라인들, 그리고 뛰어난 수사와 감각 있는 단어 선택으로 만들어낸 가사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치 있는 음반이다.

무엇보다 행복한 부분은 이들의 활동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본 앨범을 뛰어넘는 작품을 가지고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더욱 흥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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