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한강 르네상스’ 예정지, 파괴되는 생태계에 경악

2009.03.01 17:52 입력 2009.03.01 23:05 수정

수중보 옮기면 장항습지 잠길 판
굴포천 ‘방수로’ 사실상 운하공사

재두루미와 민물가마우지, 백로 등 숱한 생명이 살아가는 한강하구가 위험에 처했다. 수많은 반대와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시작된 경인운하 공사와 서울시가 추진 중인 ‘한강 르네상스사업’이 한강하구 일부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전 국내 최대 버드나무 군락지이자 주요 보호습지 구역으로 지정된 한강하구의 장항습지. 어린이를 포함해 시민 20여명은 환경 전문가들로부터 습지의 중요성, 경인운하 공사와 한강 르네상스사업이 미칠 생태환경 훼손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마련한 ‘경인운하~한강운하 예정지 시민답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지난달 28일 경인운하 예정지인 ‘한남정맥 대절토 구간’을 둘러보고 있다. 김창길기자

서울환경운동연합이 마련한 ‘경인운하~한강운하 예정지 시민답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지난달 28일 경인운하 예정지인 ‘한남정맥 대절토 구간’을 둘러보고 있다. 김창길기자

이들은 서울환경운동연합이 마련한 ‘경인운하~한강운하(한강 르네상스사업) 예정지 시민답사’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들 이들 공사가 환경을 얼마나 어떻게 훼손하는지 등을 제대로 알기 위해 자발적으로 답사에 나섰다.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장항습지는 버드나무 군락과 더불어 말똥게·펄콩게 서식지이자 수많은 철새 도래지”라며 “그러나 한강유람선을 띄우기 위해 신곡수중보가 옮겨 지어지면 장항습지와 버드나무 갯벌의 60%가 물에 잠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강 지류인 공릉천이 정부의 준설계획으로 위험에 처해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박 위원장은 “이곳은 자연스레 침식과 퇴적이 이뤄지면서 생태계 균형이 맞춰지고 있지만 정부는 개발을 위해 준설을 계획하고 있다”며 “인공 준설과 더불어 콘크리트 호안이 설치되면 주변 습지는 사라지고 이는 곧 재두루미 등이 찾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공릉천 습지에는 이날도 재두루미 등이 날아들고 고라니, 너구리 등의 발자국도 확인됐다.

시민들은 경인운하 공사 현장도 찾았다. 인천시 계양구 묵상동 ‘한남정맥 대절토 구간’에 다다르자 험하게 파헤쳐지는 땅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강서북부 줄기인 한남정맥이 운하를 위해 잘려지고 있었다. 공사장에선 여러 대의 굴착기가 분주히 움직였고, 트럭들은 흙먼지를 날리고 있었다. 시민들은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굴포천 공사현장도 마찬가지였다. 정부 측은 “범람을 막기 위한 방수로 공사”라고 말하지만 환경단체 등은 운하공사라고 주장하는 곳이다. 공사현장 인부들은 사진을 찍는 시민들을 쫓아냈다.

권창식 인천가톨릭환경연대 사무국장은 “지금 보시다시피 수m 깊이로 수로가 파지고 있어 누가 봐도 사실상 경인운하 공사가 시작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김포터미널과 한강갑문이 조설될 지역인 경기 김포시 고촌면. 3층 규모의 통유리 건물이 세워지고 있었다. 권 국장은 “수자원공사 측은 이 전망대에 대해 침수여부 확인 등 굴포천 공사사업의 하나로 추진된다고 한다”며 “그러나 이곳은 굴포천과 3㎞나 떨어져 있고, 침수는 굳이 전망대에서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경인운하 전망대’라는 주장이다.

이날 답사에 참여한 윤경영씨(37·경기 부천시)는 “논란이 심해 경인운하 공사가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았는데 현장을 둘러보니 이미 공사가 이뤄지고 있어 깜짝 놀랐다”며 “더 많은 시민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해 심각성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앞으로 매주 토요일 시민들이 참여하는 답사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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