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를 기다리며

2009.04.30 09:24
최병태 특집기획부장

유홍준 교수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떼놓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랜만에 책꽂이에 꽂혀 있는 그 책을 꺼내봤습니다. 1995년 4월에 구입한 책이더군요. 1권이 93년 5월에 처음 나왔으니 초판 발행 2년여 만에 구입한 셈입니다. 당시 그 책은 (지금도 꾸준히 잘 팔리고 있지만) 베스트셀러였습니다. 문화재를 잘 모르는 저도 책에 나와 있는 여정을 따라 답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 독자들에게 대단한 영향을 미친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 책은 유 교수를 문화재청장으로 만든 일등공신이었습니다. 그러나 청장이 된 뒤 그는 정작 비문화적인 언행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지요. 유 교수는 이번 인터뷰에서 당시 언론의 비판에 대해 당당하게 조목조목 반박했는데 독자들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합니다.

문화재 담당 부처 수장으로서 가장 뼛속까지 사무치는 일은 지난해 2월 숭례문 소실이었을 것입니다. 그때 집에서 불타는 숭례문을 보면서 스스로 문화유산 전도사라는 유 청장의 얼굴을 떠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답사기 1권에서 조선시대 한 문인의 글을 원용해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는데 그것처럼 문화재 관리를 잘했으면 숭례문 소실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유 교수는 지금 어느 일간지에 ‘국보순례’를 주 1회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 첫회가 ‘숭례문 현판 글씨’였습니다. 숭례문 화재의 책임을 지고 참회하는 마음에서라고 했습니다.

유 교수는 문화재청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부려놓고 다시 학자로 돌아갔습니다. 학교강의에다 제3회 제주세계델픽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분주합니다. 저는 유 교수가 청장으로 있을 때 못지않게 문화재 인식 제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청장으로서의 실무 경험과 학자로서의 새로운 연구로 이전보다 더 훌륭한 책을 쓰고 문화재 정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제주도와 서울을 담은 답사기 4권도 보고 싶습니다.

완연한 봄입니다. 하던 일을 잠시 접어두고 상춘의 대열에 끼고 싶은 생각 간절합니다. 같은 값이면 유 교수가 적었던 곳의 한 군데를 찾아가고 싶습니다. 발길을 재촉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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