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대통령 서거의 의의

2009.06.01 17:27
최윤재|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신 지 열흘째다. 전국적으로 수백여 곳에 세워진 분향소를 직접 찾아 애도하고 명복을 빈 사람들이 수백만 명에 달했고, 영결식이 끝난 후 서울광장에서 치러진 노제는 이한열 열사의 노제(1987·7·9) 이래 가장 많은 인파가 운집하여 ‘바보’ 노무현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분향소나 노제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더라도 각자가 저마다 있는 곳에서 나름의 방식대로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마지막으로 건넨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라는 말을 반추했을 것이다. 어떤 이는 망자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상황을 한탄하고 분개했을 것이다. 또 어떤 이는 너무 일찍 세상을 버린 망자를 원망하고 애석해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대화, 즉 망자와 산자 간의 대화였다. 지난 열흘 동안은 노무현과 국민의 대화 시간이었다. 그 대화에서 어떤 결론을 얻었을까? 아니면 아직도 대화 중일까? 비극적인 너무도 비극적인 일이라 대화의 내용이나 방향이 쉽게 간추려지지 않는다.

노무현은 대통령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저는) 새 세대의 맏형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구세대의 막내 노릇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하겠습니다.” 그의 말대로 됐다면 지금쯤은 새 세대의 맏형을 보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후 여러 상황이 보여주고 있듯이 그가 떠난 지금 대한민국은 오히려 구세대로 역진하고 있다. 그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단적인 증거다. 그의 서거는 구시대적 비극의 전형이다. 그가 결코 원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는 구세대의 막내 노릇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고 세상을 떠났다. 여기서 우리는 그가 우리에게 남긴, 그래서 우리가 헤쳐나가 완수해야 할 과제를 찾아야 한다.

노무현과의 대화는 이미 끝났거나 조만간 끝날 수도 있겠지만, 영원히 진행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역사와 역사적 현재는 당분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다. 그만큼 그의 서거가 갖는 의미와 무게감이 크다. 그것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 국민의 어깨에 이미 많은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그가 부엉이바위 위에 섰을 때 그는 이미 한 인간의 평범함과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의 추락은 역설적이게도 역사와 시대의 질곡과 부조리를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한 비상이었다. 그것은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되어 높이 날아 그가 보았던 것, 그가 겪었던 것을 정리하여 우리에게 전달해준 그런 것이었다. 취임 초에 밝힌 그의 포부는 어쩌면 그의 서거 후에 비로소 국민들의 뇌리 속에 되살아나, 국민들의 사고와 삶 속에서 의미를 갖게 되고 실천되는, 그리고 그래야만 완성될 수 있는 그런 것으로 우리에게 울려오고 있다.

“한 사람이 전부에게, 그리고 전부는 그 한 사람에게.” 지난 열흘 동안 대한민국에서 있었던 일을 상징하는 말을 찾으라면 이런 것일 게다. 한 사람이 죽음으로 우리 모두에게 말을 걸어왔고, 우리 모두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비극이지만 소통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인간존재의 근원인 삶을, 살아있음을 초개처럼 버리면서 우리 모두에게 말을 걸어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응답도 진중해야 한다. 자잘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것에 대해서 고민하고,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원칙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가지고 그의 말 걸음에 응해야 할 것이다. 곁가지와 예외적인 것으로 원칙과 본질을 가려 정작 지켜져야 하고 진작시켜야 할 가치가 훼손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가치의 전복, 원칙의 형해화, 본질의 부정, 이런 작태가 국민들의 눈과 귀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수단적인 가치가 목적 그 자체의 가치를 훼손하는 현실이 국민들을 자동인형으로 만들고 있다. “한 사람이 전부에게, 그리고 전부는 그 한 사람에게”라는 말로 표상되는 열흘 동안의 대한민국의 모습은 이 모든 것에 대해 숙고하고 반성하는 것이었고 그랬기를 바란다. 동반자살 소식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유명 연예인의 자살이 모방 자살로 이어지는 예가 빈번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그와 같이 우려되는 일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방금 위에서 언급한 것들에 대한 문제제기와 반성과 숙고의 계기를 얼마나 갈망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욕구가 얼마나 큰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것은 사족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이 사회에 필요한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증명하고 있는 증거로 볼 수 있다.

1 전직 대통령의 홀연한 서거의 의미를 정치·사회적 관점에서 논의해보라.
2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던져주는 의의를 논의해보라.
3 정치 보복이 무엇인지를 논의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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