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환 할아버지 “내가 구운 빵이야, 따끈할 때 먹어요”

2009.09.01 17:58

고엽제 수당 모아 3년째 나눔실천 김교환 할아버지

고엽제 피해자인 80대 노인이 매월 받는 보상금으로 정기적으로 빵을 만들어 이웃 노인정에 전달하는 등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1960년대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고엽제 후유증으로 다리가 불편해진 김교환 할아버지(80·춘천시 후평2동)는 3년 전부터 ‘사랑의 빵’을 굽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 20여년간 빵집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보람있는 일을 하며 여생을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 할아버지는 용돈을 모아 노인정 한쪽에 빵 굽는 기계를 들이고 2~3일 간격으로 40여개의 빵을 만들어 후평2동 노인정 8곳에 배달하고 있다. 재료비는 매월 고엽제 피해 수당으로 나오는 30만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김교환 할아버지 “내가 구운 빵이야, 따끈할 때 먹어요”

이웃 노인들은 오후 3~4시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맛있는 간식거리를 나눠주는 김 할아버지를 반갑게 맞이하며 “힘들텐데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팔순 노인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정정한 김 할아버지는 “기쁜 마음으로 빵을 만들다 보니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졌다”며 “집사람 몰래 하다가 들켜서 기계까지 판 적도 있는데, 빵을 구워 나눠주는 일이 워낙 즐거워 이내 다시 시작하곤 했다”고 말했다.

후평6단지 아파트 노인정 회장을 맡고 있는 이경년 할머니(82)는 “빵 굽는 날에는 달콤한 냄새로 노인정 분위기가 더 좋아진다”며 김 할아버지의 선행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할아버지가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더 많은 빵을 굽고 싶어도 작업장이 너무 비좁아 기계를 더 들일 수 없다는 점이다. 기력이 다할 때까지 빵배달을 멈추지 않겠다는 그는 “주위에서 공간이 넓은 데를 주선해 주면 더 많은 빵을 만들어 나눠줄 수 있을 텐데 너무 아쉽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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