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딘 R. 쿤츠(1945 ~ )

2009.10.06 17:49
임지호 북스피어 편집장

정교한 플롯이 주는 공포 ‘호러마스터’

[이 작가가 수상하다] (17) 딘 R. 쿤츠(1945 ~ )

딘 R. 쿤츠는 매년 2000만부 가까운 책을 파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다.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총 3억부가 넘는 책이 팔렸고, 그 중 열세 편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한국에는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라기보다 주로 공포 소설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초자연적이며 초현실적인 기괴함을 바탕으로 한 심연의 심리를 들여다본 작품이 많이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호러 마스터’로 불리기도 했던 그는 그래서 종종 스티븐 킹과 비교되곤 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 속에 드러난 공포를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에 지니고 있는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의한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억눌려 있는 어둠을 공포의 근원으로 삼고 있는 스티븐 킹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사실 그의 작품에는 SF, 고딕, 판타지, 미스터리에 심지어 로맨스까지 다채로운 장르가 혼재되어 있다.

최근에 쿤츠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을 표출한 작품 대신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추악함”을 소재로 한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공포를 글 안으로 많이 끌어들이며 스릴러 작가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다. ‘평범한 남자’ 3부작이라 불리는 <벨로시티>나 <남편> 등의 작품을 통해 “그동안 소중하게 생각했던 모든 게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을 새로운 공포의 정의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벨로시티>에서는 평범한 삶을 살던 한 남자가 아무런 연유를 알 수 없는 쪽지를 발견하면서 정체불명의 악과 대항하게 된다. <남편>도 마찬가지, 정원사로 살아가던 주인공의 아내가 갑작스럽게 납치되고 가난한 게 뻔히 들여다보이는 그에게 범인들은 200만달러를 요구한다. 그의 작품 설정은 복잡다단하지 않다. 때로는 매우 간명하고 애써 놀라운 반전을 준비하지도 않는다. 그는 독자들을 헤매게 만들지 않는다. 선인(善人)은 악인(惡人)과 대결을 벌이고 믿음과 사랑으로 어둠을 극복한 선인은 악전고투 끝에 승리하고 평화로움을 되찾는다. 이런 단순한 줄거리가 독자들에게 재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그가 언제나 작품의 배경이나 역사적 사실, 범죄 유형과 인물의 성격이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들 때까지 집요할 정도로 꼼꼼히 취재를 한다는 집필 태도 덕분일 것이다. 또 하나를 들자면 정교한 ‘플롯’.

딘 쿤츠는 플롯을 중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소설이 아닌 글쓰기 저작 <베스트셀러 소설 이렇게 써라>에서 그는 “플롯이 없는 소설처럼 이 세상에서 우스운 것은 없다. 뭐니뭐니 해도 플롯은 소설의 으뜸가는 필수조건이다”라고 말하며 스티븐 킹의 작품을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플롯은 작위적이기 쉽다”고 말하는(<매혹적인 글쓰기>) 스티븐 킹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킹과 쿤츠는 서로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쿤츠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각각의 요소와 작은 이야기들은 논리정연하게 배치되어 있으며 단순한 구조는 플롯 덕분에 탄탄하게 맞물려 완성도를 높인다.

지금의 명성을 얻기까지 그가 싸워야 했던 현실은 작품의 내용 못지않다. 작품 속에는 유년 시절의 상처를 안고 있는 주인공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어릴 적 작가 자신이 겪었던 경험과 무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한테서 학대받으며 자라 낡은 타자기 하나만 믿고 작가의 길에 올랐다. 아버지에게서 겨우 벗어났지만 생활고까지 벗어나기는 힘들어 지금의 아내가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면 데뷔조차 할 수 없었을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모든 현실의 그림자를 떨치고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고, 이는 작품 속에서도 종종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수많은 작품들을 발표하며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올랐지만 딘 쿤츠는 아직 현재진행형인 작가다. 한국에는 처음 소개되며 자극적인 공포 소설 작가로 인식된 탓에 스티븐 킹처럼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지는 못해도 확연히 다른 색깔과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는 언제든 독자들을 빨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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