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돼 유명무실한 백령도 대피소고쳐줬으면”

2010.02.01 05:00 입력 2010.02.01 10:23 수정
최보경 기자

“반짝 관심 말고”

김정섭 백령면장 … 주민보호 대책 부실 안타까움

29일 오전 김정섭(53) 인천 옹진군 백령면장을 만나러 면사무소를 찾았을 때 그는 청사 내에 없었다.

“30년돼 유명무실한 백령도 대피소고쳐줬으면”

북한이 해안포를 처음 발사한 지 사흘. 백령도에 대한 세간의 반짝 관심은 잦아들고, 섬은 다시 일상의 평온함을 되찾고 있을 때였다.

잠시 뒤 나타난 김 면장의 모습은 ‘섬의 일상’ 그 자체였다. 구두가 아닌 운동화, 양복이 아닌 캐주얼 점퍼를 입은 모습에서 정겨움이 느껴졌다. 그는 바닷가에서 굴 따는 할머니들을 만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마을의 대장인 그가 직접 할머니들을 만나 놀라고 섭섭한 마음을 달래고 오는 길이란다.

“꼭 이럴 때만 백령도에 관심을 갖는다. 높은 분들도 섬에 와서 주민들 열악한 사정을 보면 지원 필요성을 느끼지만 크게 나아지는 것은 없다.”

소파에 앉자마자 김 면장은 ‘만일의 사태’에는 무방비나 다름없는 백령도의 대피시설에 대해 걱정했다.

백령도 내에는 1970년대 중반 만들어진 대피소가 67곳이 있다. 이후 30여 년이 흘렀지만 대피소 시설은 과거 모습 그대로다. 방수가 제대로 안 되는 대피소에 수십 년 동안 물이 찼다 빠졌다를 반복해 오히려 그때보다 더 낡았다. 급수시설도 화장실도 없다.

“대피의 기본은 급수, 전기, 화장실 이런 것들인데 현재로서는 대피소가 이런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정말 대피해야 할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어떨지… 하물며 70년대에 지어진 주택도 다시 짓지만 대피소는 예산 문제로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 악화로 백령도에 긴장감이 감돌 때면 어김없이 온 국민과 중앙정부가 섬에 관심을 갖지만 개선책 없이 사그러들었다.

그때마다 김 면장은 애가 탄다. 정부 예산이라는 게 인구 밀도가 높은 쪽에 더 많이 할당되는 게 마땅하다지만 섬을 생각하면 야속한 마음이 앞선다.

“백령도는 군사적 차원에서 없어선 안 될 요충지다. 때문에 느낌은 항상 전시상태인 것 같다. (면장으로서) 어떻게 하면 주민들을 보호할 것인가가 최대 과제다.”

그나마 옹기포항에 2011년 3000t급 쾌속선이 들어올 예정인 것은 반갑다. 지금은 기상상태에 따라 배 운항 여부가 수시로 바뀌어 백령도로 들어오는 것이나 나가는 것 모두 불편하다. 3000t급 쾌속선이 운항을 시작하면 이런 문제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더불어서 옹진군과 면은 예산을 투입해 민간 민박집을 짓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경비행기 비행장 등 휴양시설을 조성해 관광객을 섬으로 유인할 방법 등도 군과 함께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백령도가 살려면 안보관광을 활성화하는 수밖에 없다. 전체 주민의 20%가 어업, 50%가 농업, 나머지 30%가 서비스업이다.” 어업이 자유로울 때는 50%가 어업에 종사했지만 지금처럼 어업에 통제를 받으면서 이 비율이 점차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면장의 표정에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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