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에 대한 찬양

2010.04.01 18:29
김버들 | 서울여고 교사

행복해지지 못하는 이유 ‘과잉 노동’

▲ 버트런드 러셀·사회평론

[책읽는 경향] 게으름에 대한 찬양

현대 사회의 기술은 만인을 위한 생활 필수품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노동의 양을 엄청나게 줄였다. 장시간 노동하지 않고도 만인이 편안할 수 있는 선에 이르렀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우리는 경제적 정의를 이룩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전체 생산물의 많은 부분이 일하지 않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많은 노동 인구들을 놀게 만든다. 그들의 무노동은 다른 노동자들의 과도한 노동으로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들이 부적합하다고 판명될 경우에는 전쟁을 일으킨다. 많은 사람들에게 고성능 폭발물을 만들게 하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에겐 마치 방금 폭죽을 발견한 아이들처럼 신나게 터뜨리게 만든다. 이 모든 장치들을 조합함으로써 우리는 ‘극심한 육체 노동을 많이 하는 것이 보통 사람의 운명임에 틀림없다’는 관념을 지켜나갈 수 있다. (26~27쪽)

1930년대 쓴 글임에도 현대 사회의 상당 부분과 통한다. 그래서인지 러셀의 문제 분석은 통쾌하면서도 가슴에 무겁게 남는다. 노동과 여가에서 시작해 건축,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짧은 글의 모음이지만, 인간에 대한 러셀의 진심어린 애정이 느껴진다.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해법도 간단 명료하다. ‘하루에 4시간만 노동하고, 여가를 즐겨라.’ 그러나 8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런 시대는 요원해 보인다. 지구에서 가장 지혜롭다는 동물이 제대로 된 지혜를 도대체 언제 발휘하게 될는지…. 정말이지 ‘인간답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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