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문화의 진화를 이끈 복제자 ‘밈’의 실체

2010.10.01 21:37
한윤정 기자

▲ 밈…수전 블랙모어 | 바다출판사

[책과 삶]문화의 진화를 이끈 복제자 ‘밈’의 실체

먼저 밈(meme)이 뭔지부터 알아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누군가를 모방하면 그 사람에게서 내게로 무언가가 전달된다. 그 무언가는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다. 이 무언가가 밈이다. 밈은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이기적 유전자>를 쓰면서 유전자에 상응하는 개념이자 문화의 진화를 이끈 복제자로 제시한 개념이다. 저자는 영국 출신 심리학자이자 과학저술가로, 밈의 개념을 가장 충실하게 발전시켰다.

책에 따르면 밈은 뇌용량 증가, 언어의 기원, 번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섹스, 이타성, 종교 등 인간의 모든 측면과 관련돼 있다. 학자들은 약 250만년 전부터 뇌가 본격적으로 커졌다고 본다. 큰 뇌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스스로 걷기까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출산과정에서 산모가 죽을 가능성도 높다. 그런데 왜? 초기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농경이든 도구 제작이든 ‘최고의 모방자를 모방하는 것’이 필요했고, 더 나은 모방능력을 위한 압력은 큰 뇌로 발전했다. 또 언어란 가장 품질 좋은 밈이다. 초기 언어 사용자들은 가장 말 잘하는 사람을 따라하고 그 사람과의 짝짓기를 선호했다. 덕분에 언어라는 밈을 잘 퍼트리는 뇌를 만드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뤄졌다.

밈은 번식을 전제하지 않는 인간의 성행위에 대한 설명도 제공한다. 수렵시대의 여성이 유능한 사냥꾼과의 섹스를 원했다면, 현대인은 문화예술에서 뛰어난 모방능력을 가진 사람, 즉 작가·음악가·배우·미술가들과 섹스를 하고 싶어한다. 이유는 섹스의 친밀함을 통해 밈을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인간 최대의 미스터리로 꼽히는 이타성은 이타적인 사람의 밈이 다른 사람의 밈보다 더 멀리 퍼지기 때문이고, 종교는 ‘진실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두려움과 이타성이란 밈으로 무장한 채 수천년간 전파돼 왔다.

밈은 이기적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이기적 복제자이므로 자신의 숙주인 인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성장과 생명을 위해 활동한다. 인간은 거대한 밈플렉스이며 밈 머신이다. 1999년작. 유전자와 더불어 공진화(共進化)를 설명하는 밈 이론은 소셜 네트워크 현상을 설명하는 데도 유용하다. 김명남 옮김.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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