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붕괴되고 있다

2011.02.01 18:07 입력 2011.02.01 23:50 수정
정도언 | 서울대 교수·정신분석

설날에 모이는 모든 가족이 행복할까? 가족은 공동체이며 사회의 기본 단위이다. 가족은 결혼과 출산, 드물게는 입양을 통해 만들어진다. 가족의 기능은 다양해 책 한 권을 쓸 수 있을 정도이지만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보면 여러 종류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보호와 안전’의 공급처이다. 그러기에 아이와 어른을 막론하고 ‘집’이란 정말 포근한 곳이어서 학교를 마치면, 근무가 끝나면 발길이 집으로 향하기 마련인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가족에 문제가 있다.

전통적인 가족은 대가족이었다. 농경시대에는 노동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같이 사는 것이 유리했다. 대가족은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출산, 양육, 노인 돌보기에서 필요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하나의 작은 사회로서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에도 도움이 됐다.

누가 한 사람 죽어도 그 역할을 대신할 완충 기능이 있었다. 부모 잃은 아이도 고아원에 가지 않고 조부모의 손에 클 수 있었다. 대가족의 품안에서는 갑자기 배우자를 잃어도 먹고 살 걱정이 덜 했다. 단점은 큰 조직이 늘 그런 것처럼 수직적인 지배관계와 변화에 대한 대처가 더디다는 점이었다. ‘개인 인격체’로서의 존중보다는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의무가 우선이었다. 고부간의 갈등은 그 일면이었을 뿐이다.

[정도언의 마음읽기]가족이 붕괴되고 있다

산업화로 인해 인력이 필요해지면서 대가족은 핵가족으로 변환됐다. 핵가족은 부부 중심의 세계로 대가족에 비해 평등, 자유가 더 제공되지만 구조적으로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더 이상 원하지 않게 되면 이혼을 하지 않더라도 핵가족의 기능은 마비상태로 들어가고 아이들은 고통을 받는다. 핵가족 출신(?)의 노인들은 자식들이 성장해 그들만의 핵가족을 만들었을 때 그 안에 편입될 가능성이 없다. 그러니 요양원으로 가야 한다.

대가족이든 핵가족이든 가족을 이어주는 끈이 있다. 결혼이라는 사회적 계약으로 출발해 출산이라는 혈연적 행위로 확장된 시스템이 가족이라면 그 안의 구성원들 간에는 도덕적이며 본능적인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가족이 유지된다.

이제 우리 가족들의 현황을 살펴보자. 배울 만큼 배운 경찰간부가 어머니를 폭행해서 숨지게 했다. 상해보험금을 노렸다는 것이다. 고등학생이 홀로 살며 자기를 키우는 어머니를 죽인 사건이 있다. 남편의 폭력을 못 견뎌서 집을 나가려는 자식들을 위해 남편을 살해했다는 부인이 있다. 칭얼대는 어린 아이가 짜증난다고 때려죽인 엄마도 있다. 이 모든 행위의 뒤에는 분노와 같은 강력한 감정이 한몫을 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건강한 방법으로 잘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사회와 국가의 기본인 가족이 붕괴되고 있다. 붕괴된 가족 시스템에서 자란 아이들은 결혼을 해도 건강한 가족을 꾸미는 데 커다란 어려움을 겪는다. 가족의 붕괴가 대를 잇는다는 말이다. 대책은 무엇인가? 우선 그렇게 되는 위험 요인이 무엇인지를 찾는 데서 출발한다. 위험 요인을 찾으면 방지 대책을 세울 수 있다. 말은 쉽지만 하기는 어렵다. 가족의 붕괴로 이르는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 관계의 속을 들여다보면 주택난, 사교육 부담, 실업, 신용 불량 등의 경제사회적 문제들이 다 얽혀있다. 아이들에게는 학업 성취도에서 밀리는 것이 위험 요인 중 하나이다. 부모에게는 직장을, 아이들에게는 교육을 통한 발전 기회를 줘야 한다.

결국 국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너무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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