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천재 예술가들, ‘뇌질환’ 덕분에 걸작품 만들었다

2011.06.10 19:05 입력 2011.06.10 19:47 수정

▲뇌과학 여행자…김종성 | 사이언스북스

모파상과 마네는 신경 매독 환자였고, 도스토예프스키는 간질을 앓았으며, 히틀러는 파킨슨병 환자였다?

신경과 전문의가 쓴 책인데도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다. 화가, 작가, 음악가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역사 속 천재들이 생전 다양한 뇌질환에 시달렸음을 저자는 의학적 증거와 함께 제시한다.

생전 그들의 행동에서 보여지는 특성을 이야기하며 그런 증상이 어떤 질환에서 기인한 것인지를 설명한다. 각 질환에 대한 구체적 의학 정보도 곁들였다. 첼로 신동 재클린 뒤 프레(다발성 경화증), 모리스 라벨(알츠하이머), 니체(대뇌 매독), 알퐁스 도데(척수 매독)도 각종 뇌질환으로 고생했음을 알 수 있다. ‘미라보 다리’로 유명한 아폴리네르가 1차 세계대전 참전 후 성격이 괴팍해지고 연인 마들렌에게 갑자기 냉담해진 것은, 전쟁 중 철모로 방어한 총알이 뇌출혈을 일으켰고 이것이 곧 ‘고차원적인 사회적 사랑’을 담당하는 전두엽을 손상시켰기 때문이라는 소견도 들어 있다.

[책과 삶]천재 예술가들, ‘뇌질환’ 덕분에 걸작품 만들었다

이 책은 수록된 예술가들의 생애와 작품세계까지 조명함으로써 읽는 맛을 더했다. 더불어 저자가 학회나 연구회의에 참석하면서 틈틈이 해당 도시에 살던 예술가의 흔적을 찾아 나선 기록들이어서 마치 한 편의 예술기행을 떠나는 기분도 들게 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이 같은 뇌질환이 더 높은 경지의 예술을 추구하려는 예술가의 소망을 꺾기도 했지만, 이들의 삶과 예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대뇌 매독을 앓았던 모파상은 조울증과 같은 심한 감정 기복 속에서 <비계 덩어리>(1890)를 비롯한 많은 걸작들로 유명해진다. 저자는 당시 모파상을 진찰했던 의사 셰라드의 말을 빌려 “매독의 어느 시점에 이르면 감염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뛰어난 천재성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고 전한다. 또 도스토예프스키가 자신의 소설에서 간질 발작과 환희 상태를 자세히 묘사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바로 간질병 환자였기 때문이다. 베토벤이나 슈만도 질환이 오히려 작곡에 더욱 몰두하게 한 동력이 됐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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