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이 아닌 뉴스

네티즌 독자는 어떤 뉴스에 주목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반응할까. 짧은 시간 안에 실시간으로 소비되는 인터넷 뉴스의 특성상 무겁고 딱딱한 뉴스보다 가볍고 말랑말랑한 읽을거리가 각광받을 것이라 흔히 여겨진다. 또 주요 포털 사이트를 거쳐 회자되는 뉴스가 상당히 많은 터라 언론사별 특성이 묻힌 채 자극·선정적인 제목으로 독자의 클릭을 유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면 인터넷 뉴스는 한없이 가벼운 게 미덕일까.

올 한 해 동안 경향신문 사이트를 통해 소개된 뉴스 중 네티즌 주목도가 높았던 것들을 살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네티즌 관심이 쏠려 조회수·댓글이 많았던 기사의 상당수는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이었다.

4월에 페이지뷰가 가장 많았던 것은 ‘복지국가를 말한다’ 시리즈 중 ‘과부하 걸린 한국의 가족’이라는 기사였다. 학자금·취업 준비·집값 부담 때문에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청년층을 일컫는 ‘삼포세대’라는 신조어를 널리 알리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딱 내 얘기다” “중산층 이하 대다수 젊은이들의 현주소다” “기득권층은 자기들끼리 더 먹으려 한다”는 유의 댓글이 이어졌다.

[마감 후]남의 일이 아닌 뉴스

5월에는 우리 사회의 ‘분노’ 양상을 분석한 기획기사 ‘왜 화나세요?…평범한 시민들에게 물어보니’라는 기사에 네티즌 관심이 쇄도했다. “현실이 불만스럽지만 참고 산다” “폭력 충동 느끼지만 풀 곳이 없다”는 인터뷰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대다수가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했다.

7월 말 물난리 때에는 ‘비만 오면 시작되는 맨홀의 반란…플라스틱 맨홀은 흉기로’라는 기사에 네티즌 시선이 집중됐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수압을 못 이겨 맨홀이 떨어져 나가며 지하수가 분수처럼 터져나오는 사진과 동영상을 담은 속보였다.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되고 있는 각지의 현장 상황을 신속히 옮긴 것이라 인터넷 매체의 신속성이 잘 맞아떨어진 뉴스였다.

이 3건의 뉴스를 보면 네티즌 독자의 관심을 이끌어낸 공통점을 짚어볼 수 있다. 첫째는 남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나와 가족, 친구 등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연예인·TV 프로그램의 가십·동정이나 해외토픽류의 먼 발치, 딴 나라 얘기보다 나와 주위에 직접 영향을 미칠 만한 얘깃거리에 네티즌은 주목한다는 것이다. 실생활에 밀접한 얘기라고도 볼 수 있다.

둘째는 각자 생각과 의견을 나눌 만한 뉴스라는 점이다. “맞아 맞아, 나도(여기도) 그래”라며 각자 일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댓글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 기사들이 주목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대다수 네티즌 독자들은 단지 흥미 때문에 뉴스를 접하지 않고 네트워크 안의 뉴스 소비를 통해 공통 관심사에 함께 분노하거나 열광하고 있다.

지난달 경향시평 ‘아이팟과 함께 묻어주세요’ 칼럼은 1800여건의 독자 댓글이 붙고 트위터·페이스북으로 1000여차례 전파됐다. “성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이 사회를 떠나고 싶다”며 자살한 중학생의 사연을 담은 글에 그 또래 자녀를 둔 대다수의 부모들과 젊은층 독자들이 똑같이 답답한 심정으로 공감을 표출한 것이다.

최근에는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인터넷 뉴스에 자주 등장하며 네티즌의 입방아에 올랐다. 개그맨 최효종씨 고소, 취하에 이어 안철수 교수 관련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나서며 얘깃거리를 계속 만들고 있다. 그에 대한 독자의 관심도 공분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강 의원은 예외지만 주요 정치인이 등장하는 뉴스는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편이고,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홍준표 대표 등이다. 현재 주목도가 가장 높은 이는 안철수 교수다. 이 또한 정치를 ‘실생활과 밀접한, 남의 일 아닌 일’로 판단하고 있는 네티즌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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