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왕달팽이, 남미 습격

2012.08.05 21:21 입력 2012.09.10 18:02 수정

아프리카 왕달팽이가 남미에서 급속도로 세를 불리고 있다. 건축재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데다, 인체에서 뇌수막염을 유발하는 기생충을 지니고 있어 각국이 방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BBC인터넷판이 3일 전했다.

나무를 습격하고 있는 아프리카 왕달팽이. 사진출처/미 오레곤주립대 웹사이트

나무를 습격하고 있는 아프리카 왕달팽이. 사진출처/미 오레곤주립대 웹사이트

동아프리카 원산으로 약 5㎝ 크기인 이 달팽이는 농작물뿐만 아니라 주택에 바른 회반죽까지 즐겨 먹는다. 달팽이 숫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들이 이동하면서 흘리는 점액질에 고속도로가 미끄럽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세계자연보호연합의 ‘세계 100대 생태계 교란종’ 명단에 올라있다.

이 달팽이는 성체가 되면 매달 200~300개의 알을 낳으며 빠르게 번식하는데, 2년 전 달팽이의 습격이 시작된 콜롬비아의 부에나벤투라 마을 한 곳에서만 8t어치가 포획됐다. 에쿠아도르 24개주 가운데 갈라파고스 제도를 비롯한 절반에서 발견된다. 콜롬비아는 왕달팽이 박멸을 포기하고 주민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아프리카 왕달팽이는 집쥐에 기생하는 폐선충의 중간 숙주이다. 인체에 유입되면 치명적인 뇌수막염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에콰도르의 뇌수막염 100건 중 3건이 달팽이로 인한 것으로 보고됐다. 콜롬비아 안티오키아대학의 루즈 엘레나 교수는 “달팽이나 점액을 만진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 ㎜ 크기의 새끼 달팽이 한 마리가 묻은 상추를 모르고 섭취한 뒤 뇌수막염에 걸린 사례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와는 멀리 떨어진 남미의 얘기다.

남미에 아프리카 왕달팽이를 들여온 것은 민간 의료·미용사들로 알려져있다. 콜롬비아 등지에서 1990년대 중반 달팽이 진액크림이 큰 인기를 모았다. 이 중 남은 달팽이들이 산타페의 강변에 버려지면서 콜롬비아에 달팽이가 창궐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 왕달팽이에 기생하는 폐선충에 다른 토종 달팽이도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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