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마저 품위있는 그래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저씨들

2013.02.01 19:39 입력 2013.02.01 19:50 수정
김류미|‘어크로스’ 편집자

김두식 <욕망해도 괜찮아> 박범신 <은교>

어린 여자로 세상을 헤쳐나가다보면 여자라는 사실에 한없이 우울해질 때가 있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눈물이 나는 풍부한 감수성 탓은 절대 아니다. 어느 자리에서도 화제에 오른다는 20대 어린 여자라는 사실 자체가 인생을 조금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다. ‘개념있고 발랄하며 때로는 발칙하고 그러나 함부로 색기를 흘리고 다니지 않으나 매력있는 아가씨’가 바로 이 사회가 은근하게 원하는 젊은 여자에 대한 기대치다. 이것은 우파와 좌파를 막론한다. 그리고 이 시선의 정치에서 바라보는 쪽은 대개 아저씨들이다.

<욕망해도 괜찮아>와 <은교>는 각기 한국에서 나름 존경을 받으며 자리 잡은 중년 남성 그룹을 대표하는 저자들이 자신의 욕망을 솔직히 담고 있는 책이다. 소설인 <은교>는 주인공인 나이든 소설가가 ‘절대적 아름다움’으로 표상되는 여고생 은교를 ‘예술가의 영혼’을 담아 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내용으로 어린 여성에 대한 욕망을 절절히 묘사하고 있다. 한편 <욕망해도 괜찮아>는 저자가 살면서 경험한 한국 사회 중산층의 욕망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고백하는 에세이다. 두 작품의 공통점이라면 아저씨 저자가, 아저씨 화자의 입을 빌려 자기 고백적인 글을 썼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쪽은 사실은 나이듦에 대한 이야기라는 소설이라는 장치로, 또 다른 쪽은 ‘나와 세상을 바꾸는 솔직한 프로젝트’라는 부제를 달아 그 건전함(?)을 강조한다.

[2030 은근발랄]욕망마저 품위있는 그래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저씨들

<욕망해도 괜찮아>는 존경받는 직업을 갖고 있으며 실제로도 존경받고 있는 40대 남자의 자기 고백이다. 그러나 저자는 스스로를 ‘듣보잡’이라고 말하며 그 기저에는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있음을 서슴없이 고백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 순간에 오고가는 미묘한 시선과 말투에서, 어머니의 수술실을 1인실에서 6인실로 옮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4001>을 재밌게 읽고 주변에 권하면서 자신과 주변 남성의 욕망을 끊임없이 분석한다. 변양균·신정아의 관계를 제때 불태우지 못한 소년의 열정이 뒤늦게 꽃핀 중년 남성의 금지된 사랑으로 본다는 그는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 특히 좀 자유로워 보이는 여성에 대한 중년 남성들의 지분거림은 기혼이든 미혼이든 가리지 않을 정도의 심각한 수준이며, 남성 상사-여직원, 남성 작가-출판사 편집자, 기자-취재원, 남성 운동가-젊은 간사, 남성 목사-여신도 관계에서 남자들은 은밀한 눈길을 보낸다”는 사실을 친절히 알려주고 있다.

[2030 은근발랄]욕망마저 품위있는 그래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저씨들

<은교>에는 동네 소녀에서 노작가의 뮤즈가 된 은교를 탐하는 소설가의 욕망이 축축하게 넘쳐흐른다.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뜨거운 욕망이다. 이 소설은 왜 나이든 남자들이 끊임없이 어린 여자들에게 어떤 환상을 품는지,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것은 ‘성적인 욕망’으로 표현되는 ‘젊음과 삶에 대한 갈망’이다. 그래서 이 젊은 여성들은 끊임없이 밝고, 건강하고, 천진난만하여 마침내 살짝 꼬리를 흘리고 달아날 줄도 알아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남에게 조금은 더 호감을 얻고 싶은 법이다. 그 호감이 짐짓 어떤 욕망을 드러내거나 숨김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감수한다.

이 조절이 능수능란한 사람들을 ‘인간관계가 탁월한 이’라고 말한다. 이 두 저자들은 자신들의 욕망마저도 중산층의 옷과 예술가의 영혼으로 감쌌다. 그렇게 안전해지고 건전해진 욕망은 스크린으로, 강연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2030 은근발랄]욕망마저 품위있는 그래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저씨들

그 욕망이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오늘도 아가씨들은 서점에서 이 책들을 가방에 넣는다. 그리고 말한다. “아, 두식쌤, 너무 좋아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선생님들도 아가씨들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박범신 선생님의 ‘은교’는 출판사마다 있다는 소문이 있다.

욕망마저 품위있고 매력적인 이 아저씨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