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얼어붙은 땅 알래스카에서 만난 건 곰, 순록, 오로라 그리고 자유

2013.03.01 19:15
구예리 기자

▲호시노 미치오의 알래스카 이야기…호시노 미치오 글·사진,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40쪽 | 1만원

“촌장님이 사시는 마을에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저를 받아 주실 분이 없을까요?”

훗날 유명한 야생 사진 작가가 될 열아홉의 호시노 미치오는 황량하다 못해 쓸쓸함이 몰려오는 알래스카의 한 마을 사진을 보고 무작정 그 마을 촌장에게 편지를 보낸다. 반년이 훌쩍 지난 어느 날 알래스카에 사는 한 이누이트 가족에게서 언제든 와도 된다는 답장이 온다. 이듬해 여름, 미치오는 답장을 보낸 이누이트 가족들과 사진 속 마을에서 생활을 함께한다. 사진 한 장, 편지 한 장이 미치오의 인생을 결정하는 이 이야기는 흥미롭고도 낭만적이다. 이때부터 1996년 미치오가 곰의 습격으로 캄차카 반도에서 소설처럼 생을 마치는 순간까지 대자연은 그의 인생의 동반자이자 거대한 배경이었다.

[책과 삶]얼어붙은 땅 알래스카에서 만난 건 곰, 순록, 오로라 그리고 자유

빙하·고래·곰·툰드라, 그리고 끝없이 계속되는 낮과 밤의 파노라마와 오로라를 담은 미치오의 사진은 인간을 압도하는 자연을 증언하지 않는다. 오히려 거기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가장 춥고 쓸쓸한 땅에서 발견한 천진함, 따뜻한 온기, 사람 속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자유이다. 얼어붙은 알래스카 북쪽 땅 끝으로 사진 작업을 떠난 미치오는 고요한 극지에서 철저하게 홀로 한달여씩을 보내곤 했다. 차가운 공기 안에 혼자 남은 미치오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자유를 느낀다. 그가 찍은 사진들은 이렇게 철저한 고독과 낯섦 속으로 뛰어든 결과다.

일반인에겐 낯설고 멀지만 왠지 그리운 땅 알래스카를 담은 미치오의 초기 사진과 가슴 벅찬 자연을 만난 감동을 담은 글들이 실린 이 책은 쉽게 읽힌다. 어린이용으로 나온 책이어서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들였을 오랜 시간의 기다림과 수고에 비한다면 독자들은 너무 짧은 시간에 작가의 노고를 소화해 버리는 셈이다. 많은 생각을 하면서 오래 머물고 들여다보면 좋겠다. 자연에서 교훈을 얻어내려는 의지를 갖고 읽지 않아도 좋다. 자연은 그 모습 자체로 우리를 가르친다.

미치오의 사진이나 글은 ‘내가 남들은 감히 보지 못한 이렇게 훌륭한 자연을 만나고 왔다’고 자랑하지 않는다. 사진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시선과 문장마다 드러나는 그의 겸허함이 그가 보여주는 자연만큼이나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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