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젊은 연주자를 후원하느냐고? 다른 이들은 왜 그 일을 안 하는가”

2013.05.01 21:32
문학수 선임기자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 내달 14일 14인의 ‘무터 키즈’와 내한 공연

안네 소피 무터(50·사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바쁜 바이올리니스트 가운데 한 명이다. 1976년 루체른 페스티벌을 통해 세계무대에 데뷔했고 이듬해에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협연하면서 단박에 스타로 떠올랐다. 다음달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그의 내한 연주회는 이른바 ‘14인의 무터 비르투오지’와 동행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과거에 ‘황제’ 카라얀이 어린 무터를 후원했듯이, 무터는 1997년에 재단을 설립해 재능있는 젊은 연주자들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모두 22명의 수혜자가 세계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그 중에는 한국 출신 연주자들도 눈에 띈다.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비올리스트 이화윤, 첼리스트 김두민이다. 이번에 무터와 함께 내한하는 14명의 명단에도 당연히 이름이 올라 있다. 현재 오스트리아에서 “잠시 휴식 중”이라는 무터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 한 사람의 축적된 지혜와 경험은 다음 세대로 전해져야
1997년부터 후원 시작 3명의 한국 연주자도 이번 공연에 참여

사진제공 | 크레디아

사진제공 | 크레디아

-오랜만의 휴식을 방해해서 미안하다. 쉬는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나.

“작은 강아지를 두 마리 키운다. 이름이 보니와 클라이드인데, 독일산 사냥개들이다. 나는 자연을 무엇보다 좋아한다. 자연 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주부터 있을 연주회를 공부하는 중이다. 이렇게 쉬면서 여러 가지를 한다. 책도 읽고 하이킹도 하고 영화도 보고 요리도 한다. 운동도 한다. 탁구, 수영, 요가, 달리기 등을 하면서 지낸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연 속에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

-당신이 그렇게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줄은 몰랐다. 여전히 날씬한 몸매의 비결인 것 같다. 2년 전 당신이 내한했을 때, 몸을 전체적으로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마치 물고기가 춤을 추듯이 연주하는 모습을 봤다. 그 움직임은 음악의 선율과 매우 적확하게 일치했다. 몸 전체로 바이올린을 연주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사실 무대에서 몸을 많이 움직이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몸과 바이올린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연주하는 방법을 배웠고, 그 자세 덕택에 부상 없이 오랫동안 연주할 수 있었다. 테니스 선수에 한번 비유해보자. 스위스의 로저 페더러와 스페인 선수 라파엘 나달의 경기를 떠올려보라. 페더러의 동작이 나달에 비해 훨씬 자연스럽고 조화스럽지 않은가?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몸에 스트레스를 덜 주는, 인위적이지 않은 자세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보여주기 위한 몸짓은 불필요하다.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사진제공 | 크레디아

사진제공 | 크레디아

-이번에는 무터재단에 대해 질문하겠다. 어떤 계기로 젊은 연주자들을 후원할 마음을 먹었는가.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은 왜 그 일을 하지 않냐고. 한 사람의 축적된 지혜와 경험은 다음 세대로 전해져야 한다. 유럽에 악기를 빌려주는 재단은 많지만, 연주자들을 후원하고 이끌어주지는 않는다. 때때로 그들의 관료주의가 문제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재단은 매우 유연하게, 개개인의 필요에 따른 맞춤형 후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바로 그런 점에서, 기존의 후원 방식보다 한 걸음 더 진전했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재단은 지금 3명의 한국 연주자들을 후원하고 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선정했나.

“재단의 장학생을 선정하기 위해 그들이 보내온 연주 동영상, 그동안 공부했던 커리큘럼, 레퍼토리 등을 가장 먼저 검토한다. 그 중에서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을 초청해 오디션을 본다. 한국인 세 명도 마찬가지였다. 뮌헨으로 초청해 오디션을 봤다. 첼리스트 김두민은 한국 출신의 비르투오지 3인 중 가장 나이가 많은데, 내 기억으로는 12년 전쯤에 오디션을 본 것 같다. 그때부터 이미 훌륭한 솔리스트였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우리 재단의 장학생이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첼로도 재단이 임대해줬다. 그는 매우 열정적인 음악가일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두 아이의 아빠로서 가정에도 충실한 남자다. 현재 뒤셀도르프 오케스트라의 첼로 수석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솔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최예은은 어떤가.

“예은을 처음 만난 것은 6~7년 전, 열여섯 살 때였다. DVD에서 본 그녀의 연주는 내 눈과 귀를 단박에 사로잡았다. 곧바로 그녀가 독일에서 오디션을 볼 수 있도록 주선했고, 독일에서 지내면서 나를 비롯한 다양한 선생들에게 레슨을 받도록 했다. 예은이 지금 연주하는 바이올린은 재단이 그녀를 위해 구입해 임대한 것이다. 아주 풍성한 소리를 낸다. 예은은 마음을 울리는 감동적인 연주, 팔레트의 물감처럼 아름답고 다양한 연주를 조화시킬 줄 아는, 몇 안되는 바이올리니스트 가운데 한 명이다. 나는 예은과 박물관, 영화관을 함께 다니고 저녁도 같이 먹고 배드민턴도 같이 친다. 솔직히 말해, 우리 재단의 여성 장학생들 중에서 예은에게 특히 애착을 갖고 있다. 아마도 그녀가 어린 나이에 독일에 왔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과 떨어져서, 다른 문화 속에서 다른 언어로 말하면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정서적인 ‘집’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가장 막내인 이화윤은 어떤가.

“비올리스트 이화윤은 열네 살 때 선발된, 무터재단의 최연소 장학생이다. 최근 모스크바에서 열린 유리 바슈메트 콩쿠르에서 우승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우리는 화윤이 유럽 곳곳을 방문해 음악적 식견을 키우는 것을 지원한다. 바흐가 살았던 바이마르를 방문하고, 멘델스존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라이프치히를 찾아가 보고,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잘츠부르크, 베토벤의 고향인 본 등을 찾아가 보는 일은 중요하다. 또 그녀가 유럽에서 음악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녀는 기초가 잘 잡혀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 뛰어난 솔리스트에게 레슨을 받으면서 기량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현대음악가 세바스찬 커리어의 ‘벨소리’, 멘델스존의 ‘현을 위한 8중주’, 비발디의 ‘사계’ 등을 연주하는데.

“‘벨소리’는 우리 재단 장학생들을 위해 특별히 위촉한 곡이다. 한국에서 이번이 초연이다. 바이올린과 더블베이스를 위한 곡인데, 아주 재밌고 도전적인 음악이다. 최근에 연주회장에서는 휴대폰 벨소리가 종종 말썽이 되곤 하는데, 이 곡은 그 벨소리를 아예 음악에 포함시킨다. 멘델스존의 8중주에서는 우리 연주자들의 빛나는 솔로 연주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비발디의 ‘사계’는 음악사의 진보를 상징하는 위대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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