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

2013.08.14 20:47 입력 2013.08.14 23:16 수정

신랄한 가사·역동적 음악으로 그린 ‘미래 없는 젊음’

원인이 모호하고 대책도 없는 젊은이들의 분노는 사회의 소금 역할을 한다. 펑크록은 젊은이의 분노를 가장 직설적으로 담아낸 음악 장르였다.

1990년대에 데뷔해 현재까지도 가장 중요한 펑크록 밴드로 여겨지는 그린데이의 명반 <아메리칸 이디엇>이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청소년기의 열병을 적나라하게 그려 브로드웨이에 파란을 일으키고, 토니상 최우수연출상을 받은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마이클 메이어가 연출했다. 메이어는 그린데이의 리더 빌리 조 암스트롱과 각본도 함께 썼다. 내달 브로드웨이팀의 내한 공연을 앞두고, 일본 공연 중인 <아메리칸 이디엇>을 지난 8일 공연장 도쿄국제포럼에서 먼저 봤다.

막이 오르면 무대 전면에 설치된 40여대의 브라운관에서 북한의 핵실험, 부시 정부의 전쟁 등에 관한 뉴스가 간헐적으로 흘러나온다. 현재가 보잘것없고 미래도 별 볼 일 없을 3명의 백인 젊은이 조니, 터니, 윌이 주인공이다. 세 친구의 하루 일과는 맥주병을 들고 텔레비전 앞에서 시작해 끝난다. 그렇다고 이들이 바보처럼 웃고만 있는 건 아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무의미한 나날에 질린 이들은 뭐라도 해보려 한다. 그러나 미국 하층민 남성에게 아메리칸 드림은 없다.

[객석에서]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

음반 <아메리칸 이디엇>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줄거리를 가진 콘셉트 앨범이기에, 뮤지컬은 음반의 노래 순서를 거의 그대로 따랐다. 스펙터클한 무대장치나 기발한 안무보다는, 가사가 전하는 신랄하면서 시적인 메시지와 무대 위 밴드가 연주하는 록음악의 역동성으로 관객을 붙잡으려 한다. 무대 위 백수 청년들은 정부의 거짓을 실어나르는 미디어를 비판하고, 맥주를 사러 들른 편의점 주차장에서 세상의 우울한 진리를 깨닫고, 그 모든 거짓을 피해 어딘가로 도주하려 한다. 그렇게 도주해 다다른 곳이 도심의 마약골목이거나 중동 어느 국가의 전쟁터라는 점은 비극이다.

뮤지컬에서는 보기 힘들었을 법한 마약 하는 장면, 섹스 장면 등이 수차례 나온다. 남성의 판타지 세계 속에서 여성을 다루지만, 그 판타지가 허망하다는 점 역시 분명히 알려준다. 우여곡절 끝에 고향의 편의점 주차장으로 돌아온 세 친구는 ‘나의 삶, 나의 도시, 나의 나라’를 노래하지만, 그 사이 누군가는 연인을, 누군가는 신체의 일부를 잃었다. 주인공들이 만나면서 끝나면 보통 해피엔딩이지만, <아메리칸 이디엇>의 경우는 오히려 씁쓸하다.

공연장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마이클 메이어는 “자신이 만들지 않은 세계, 정치적 상황 속에서 힘들어하는 젊은이의 여정을 그리려 했다”며 “이것은 한국, 일본 어느 곳의 젊은이도 느낄 법한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공산주의자가 아닌 한에서 최대한 좌파”라며 웃었다. “유대인에, 게이에, 극장을 좋아하고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이기에 미국의 보수적 정치상황에 만족하기 힘들었다는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면 자동적으로 바보(이디엇)가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측 제작사인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신춘수 대표는 브로드웨이팀 공연 이후 한국 제작진으로 <아메리칸 이디엇>을 만들 계획도 밝혔다. 내한 공연은 9월5~22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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