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전후 70년 담화’

관계개선 필요성과 국민정서 사이서 ‘대일외교 딜레마’ 예상

2015.08.14 22:16 입력 2015.08.14 22:49 수정

우리 정부 대책 어떻게

▲ 즉각적인 반응 유보한 채
“내용 면밀히 검토” 말 아껴
협력과 견제 ‘투트랙’ 예상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14일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에서 “역대 내각에 의해 확립된 입장은 미래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무라야마(村山)·고이즈미(小泉) 담화의 역사인식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담화에 식민지배에 대한 직접적인 사죄를 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는 사죄 반복의 숙명을 지워서는 안된다”고 말해 더 이상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사죄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전후 70년 담화’를 발표하기 전 일장기 앞에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도쿄 |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전후 70년 담화’를 발표하기 전 일장기 앞에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도쿄 | AP연합뉴스

정부는 아베 총리의 담화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국내외 여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무라야마·고이즈미 담화에 비해 크게 후퇴한 것이지만 아베 총리가 극우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담화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베 담화가 과거사에 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평가해줄 만하다”면서도 “하지만 한국민을 만족시키기에는 크게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대신은 이날 오후 7시15분쯤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담화 취지를 설명하고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이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담화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우리 입장을 곧 밝힐 것”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가 담화에서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확실한 표현으로 계승할 것”을 촉구해온 정부의 요구를 일정 부분 충족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번 담화는 한국을 제외한 각국의 환심을 사기 위한 의도를 내비치고 있어 정부를 불쾌하게 만들고 있다.

담화는 “전쟁의 고통을 당했던 모든 중국인”과 “일본군에 의해 고통받은 모든 전쟁 포로”를 언급하고 일본의 전후복구에 대한 각국의 지원에 감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담화는 한국이 받았던 식민지배의 고통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담화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이에 대해 “일본에 대한 한·중의 입장을 벌려놓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정부는 이번 아베 담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최대한 부각시키려 하고 있지만, 아베 담화에 실망한 국민적 정서를 감안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이날 “정부 입장이나 평가는 조만간 밝히게 될 것”이라며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은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한다.

일본 문제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아베 담화를 통해 드러난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한편 일본과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는 투트랙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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