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해선 “다시 신인 된 것처럼 마음 다잡게 됐죠”

2015.09.09 20:53 입력 2015.09.09 20:56 수정

20년차 뮤지컬 배우, 용팔이 ‘황 간호사’로 첫 드라마

극중 김태희에게 어긋난 집착

이렇게 이슈 되다니 쑥스러워

연극과 뮤지컬을 좋아해 서울 대학로를 즐겨 찾는 사람이라면 그 이름을 모르기도 힘든 배우 배해선. 인기 뮤지컬 <맘마미아>의 ‘소피’로 기억하는 팬들이 많지만 그가 대형 뮤지컬의 주연을 맡은 것만 해도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아이다>의 ‘암네리스’, <에비타>의 ‘에바 페론’, <시카고>의 ‘록시 하트’…. 그런 배해선이 최근 대학로 인근의 한 카페에서 기자를 만나 “지구를 떠나고 싶었다”고 했다. 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첫 드라마 출연만으로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은 배우 배해선은 “아직 시청자보다는 관객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다”고 말했다.<br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첫 드라마 출연만으로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은 배우 배해선은 “아직 시청자보다는 관객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다”고 말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배해선은 최근 SBS 드라마 <용팔이>에 출연했다. 20년 동안 연극과 뮤지컬만 해온 그에겐 나름 첫 외출이었던 셈인데, 시청자 게시판이 난리가 났다. 시청률 20%를 넘기며 간만에 방송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용팔이>에서 그가 맡은 배역 ‘황 간호사’ 때문이다. 극중 황 간호사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 한여진(김태희)을 마치 어릴 적 갖고 놀던 인형처럼 아끼는 인물이다. 배해선은 황 간호사의 어긋난 집착을 연기했다.

“방송 나가기 전까지 정말 아무한테도 얘기 안 했어요. ‘황간’이 이렇게 이슈가 될 줄도 몰랐고 그냥 조용히 묻힐 줄 알았어요. 엄마한테만 방송 첫날 ‘SBS에 제가 나올 수 있으니 놀라지 말라’고 귀띔했죠. 나중에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는데 되게 쑥스럽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좋은 평가보다 그걸 많은 분들이 봤다는 게 부끄러울 뿐이었어요.”

배해선 “다시 신인 된 것처럼 마음 다잡게 됐죠”

8회까지 간혹 등장하는 조연이었지만, 파급은 컸다. 황 간호사가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 있는 한여진에게 곱게 화장을 해주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거나, 한여진을 제거하려했던 주변 사람들에게 “감히 내 아기를!”하며 분노하는 장면들이 인터넷에 퍼져나가 화제가 됐다. 화장실에서 손에 휴지를 감으며 히스테리를 부리는 다소 우스운 장면도 돌아다닌다. 하지만 정작 그는 인터넷을 많이 하지 않아 직접 보진 못했단다.

“요즘 그런 걸 ‘짤’이라고 한다면서요? ‘실물보다 안 예쁘다, 나이 들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전 너무 기분 좋았어요. ‘황간’처럼 내면이 욕망으로 꽉 찬 사람은 표정, 헤어스타일, 화장도 모두 세련되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욕들을 하시다가 8회에서 ‘황간’이 막상 죽으니까 아직 죽을 캐릭터가 아니라며 싫어하시더라고요.(웃음) 전 연기할 때 오로지 여진이만 생각했어요.”

연극·뮤지컬과 드라마·영화를 넘나드는 배우가 셀 수도 없이 많은 요즘, 배해선의 첫 대중매체 등장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그동안 공연 일정이 항상 빠듯했기 때문에 제의를 번번이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극장들이 휴업을 하면서 여유가 생겼다. 그때 찾아온 작품이 <용팔이>다.

“드라마는 처음이니까 물론 많이 망설였어요. 촬영장에서 외롭거나,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데 날 빼놓고 가면 어쩌지’란 걱정도 할 정도였죠. 그런데 그런 캐릭터와 연기를 반가워해주고, 신선하게 받아들여주시는 것 같아요. 너무 신나고 재밌었죠.”

요즘 배해선은 다시 공연 무대로 돌아왔다. 10일 개봉하는 연극 <타바스코> 막바지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소극장에서 배우 4명이 연기하는데, 소품·의상까지 배우들이 마련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단다. 배해선은 “아직은 ‘시청자’보다 ‘관객’이란 단어가 더 익숙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공연 배우 배해선을 TV에서 또 볼 수 있을까.

“장르를 뛰어넘을수록 배우에게 좋은 카드가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좋은 캐릭터와 작품이라면, 그 장르나 매체의 특성에 맞게 접근을 하는 경험이 신선한 자극이 되더라고요저에겐 다시 신인이 된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잡는 계기가 됐어요당연히 아직은 서툴 수밖에 없지만, 막상 해보니까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도 점점 편해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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