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이 품은 ‘자연의 생명력’

2017.04.17 21:08 입력 2017.04.17 21:12 수정

김보희 작가 작품전

김보희의 ‘Towards’, 천 위에 채색, 160×130㎝.<br />학고재갤러리 제공

김보희의 ‘Towards’, 천 위에 채색, 160×130㎝.
학고재갤러리 제공

동서양화의 재료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을 구축한 김보희 작가(65·이화여대 교수)가 학고재갤러리(서울 삼청로)에서 대형 작품전을 열고 있다.

‘김보희: 자연이 되는 꿈’이란 이름의 전시회에는 신작과 구작 등 모두 36점의 회화가 나왔다. 평생 자연을 화폭에 담아온 작가의 작품세계 전반을 살펴보는 자리이자, 특히 중진 작가의 농익은 신작을 통해 자연의 본질, 그 끝없는 생명력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는 기회이다.

씨앗이나 열매를 재해석한 시리즈 ‘Towards’ 신작들은 관람객의 눈길을 잡는다. 주로 자연 풍광을 담아온 작가는 이제 단 하나의 씨앗이나 열매, 작은 식물로 커다란 화면을 채우고 있다. 씨앗과 열매는 자연의 근원이자, 인간의 영원한 동경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 생명력을 상징하는 듯하다.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새로운 생명은 늘 뜨거운 설렘을 안긴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세필, 산뜻하면서도 차분한 색감, 배경 대신 여백을 둔 화면은 자연에 대한 작가의 통찰인 생명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여기에 커다랗게 확대된 씨앗과 열매의 기하학적 무늬도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로 작용한다.

전시장에는 10여년 전 제주도로 거처를 옮긴 작가의 풍경화이자 자연의 광대함을 실감나게 담아내는 ‘그날들’ 등도 선보이고 있다. 눈에 보이는 실재 풍경을 담은 작품이지만 사실성과 더불어 추상성도 읽힌다. 수평으로 펼쳐진 대작으로, 서사적 흐름을 한 화면에 담아내거나, 풍경을 모두 정면에서 본 듯 표현하는 산수화 투시법인 평원법을 차용한 것 등에서 전통 한국화의 화법이 드러난다. 김 작가는 젊은 시절부터 한국화의 채색기법을 바탕으로 하지만 캔버스에 아크릴·바니시 같은 서양화 재료를 적극 도입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오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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