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대 변화 반영한 ‘유류분 위헌’ 판결, 보완 입법 촘촘해야

2024.04.25 18:03 입력 2024.04.25 20:59 수정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유류분 제도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들어오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유류분 제도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들어오고 있다. 정효진 기자

고인의 뜻과 관계없이 법정 상속인들에게 보장하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유류분이라고 한다. 헌법재판소가 25일 이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조항 일부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1977년 유류분 제도가 생긴 이래 47년 만에 첫 위헌 결정이 난 것이다.

현행 민법 1112조는 직계비속(자녀·손자녀)에게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배우자에게 2분의 1, 직계존속(부모·조부모)에게 3분의 1, 형제자매에게 3분의 1을 주도록 규정한다. 헌재는 이 가운데 형제자매에게 3분의 1을 주도록 한 규정을 단순 위헌으로 결정했다. 이 조항은 이날로 효력을 상실했다.

헌재는 “민법 1112조가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의 유류분 상실사유를 별도 규정하지 않은 것도 헌법에 어긋난다”며 2025년 12월31일까지 유류분 상실사유를 별도 규정한 보완 입법을 하라고 국회에 주문했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했다. 헌재는 공동상속인 중 상당 기간 특별히 고인을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사람(기여상속인)에게 고인이 증여한 재산을 유류분 배분의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 민법 1118조 일부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유류분 제도는 법정상속인의 상속권 보장과 공평한 상속을 위해 도입됐다. 특히 장남 위주 상속 문화에서 소외된 부인과 딸도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이다. 헌재는 유족의 생존권 보호, 가족 관계 단절 방지라는 입법 목적은 지금도 정당하다고 봤다. 법정상속인의 상속 비율을 일률적으로 정한 것도 현실적으로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유류분 제도의 틀을 유지하되 국민의 법감정이나 상식과 맞지 않는 부분만 떼어내 위헌·헌법불합치 결정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유류분 상실 사유이다. 현재는 불효·패륜을 저질러도 유류분만큼 상속받게 돼 있다. 법에 별도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2019년 가수 구하라씨가 사망하자 20여년 전 가출한 친모가 상속분을 달라고 소송을 걸어 국민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헌재가 시한으로 정한 내년 말까지 보완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유류분 제도 자체가 효력을 잃게 돼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해진다. 법무부는 2019년 유류분 대상에서 형제자매를 제외한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국회에는 부양 의무를 저버린 부모 등의 상속을 제한하는 일명 ‘구하라법’이 계류돼 있다. 국회는 기존에 제출된 법안들을 토대로 촘촘하게 보완 법안을 만들어 제도 변경에 따른 법적 분쟁과 혼란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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