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2035년부터 유럽 시장에서 전동차량만 판매하고, 2040년까지 전 세계 사업장에서 쓰는 전력원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

기아는 11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45년 탄소중립’ 비전을 온라인으로 발표했다. 204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9년 수준 대비 97% 감축하고 자동차의 생산, 공급, 폐기 등 전 단계에 걸쳐 순 배출량을 제로(0)화한다는 복안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겠다”며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기아의 비전은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는 것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2045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기아는 우선 차량 전동화를 가속화한다. 2035년 유럽 시장을 시작으로, 2040년 주요 시장에서도 판매 차량을 전동차로만 구성할 계획이다. 또 주요 부품·소재 공급망의 탄소 감축을 돕는다. 내년까지 1차 협력업체의 탄소 배출량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점 관리 대상을 선정한다. 해당 업체에는 탄소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투자, 금융, 교육 등을 지원한다. 또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해 생산된 철강을 2030년부터 공급받아 양산차에 적용할 방침이다.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는 ‘블루카본(Blue Carbon)’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국내에서는 해양수산부와 협력해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탁월한 갯벌의 복원·조성 사업을 전개한다. 광범위한 실증을 통해 갯벌 조림 방법론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국 갯벌은 매년 내연기관 차량 11만대가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 26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에서는 내년부터 네덜란드 비영리단체인 ‘오션클린업’과 함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에 나선다. 단순히 강과 바다를 청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거한 플라스틱을 차량에 재활용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완성차의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률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아는 2040년까지 전 세계 사업장의 전력원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RE100’을 달성하기로 했다. 해외 사업장은 2030년까지, 국내 사업장은 2040년까지 에너지 전환을 완료할 예정이다. 슬로바키아 공장은 이미 2019년부터 100% 재생에너지로만 가동 중이다. 아울러 2030년까지 모든 사업장의 업무용 차량을 전기차로 대체한다.

기아는 이날 두 번째 전용 전기차인 EV9의 콘셉트카 이미지를 선보였다. 차량 바닥부는 바다에서 건진 폐어망을 사용했고, 좌석 시트는 폐플라스틱과 양털 섬유를 혼합한 제품이다. 모든 차량에서 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는 게 기아의 목표다. EV9 콘셉트카는 오는 17일 ‘오토모빌리티 LA’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