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 메조소프라노 테레사 베르간사 별세

2022.05.15 14:15 입력 2022.05.17 16:26 수정

1950년대의 테레사 베르간사 | 위키피디아

1950년대의 테레사 베르간사 | 위키피디아

스페인 출신의 전설적인 메조소프라노 테레사 베르간사가 별세했다. 향년 89세.

뉴욕타임스, 오페라와이어 등 해외 매체들은 베르간사가 13일(현지시간) 고향인 마드리드에서 사망했다고 14일 전했다.

베르간사는 로시니, 모차르트 오페라로 20세기를 풍미한 메조소프라노다. 아버지는 무신론자이자 좌파였고, 두 명의 손위 형제는 프랑코 독재정권을 지지한 독실한 가톨릭 교도였다. 베르간사는 청소년기엔 어머니의 영향으로 수녀가 되기를 꿈꾸기도 했지만, 재능을 눈여겨본 마드리드 왕립음악원 음악 교사의 영향으로 성악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베르간사는 마드리드 음악원에서 훗날 남편이 된 피아니스트 펠릭스 라빌라도 만났다. 라빌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베르간사 리사이틀의 반주를 맡았다.

1957년 데뷔한 베르간사는 1959년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로지나 역을 맡으며 크게 주목받았다. 베르간사가 이 역을 맡아 녹음한 1971년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세비야의 이발사> 역시 명반으로 꼽힌다. 1967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데뷔 무대에서 연기한 케루비노 역(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역시 베르간사를 대표하는 배역이다.

베르간사는 무대에 오르기 전 철저히 준비했다. 오랫동안 거절했던 <카르멘> 출연에 응한 뒤에는 관련된 많은 문헌들을 찾아 읽고, 실제 집시 생활을 하는 여성들을 수 주에 걸쳐 만나 인터뷰했다. 무대에 오를 날이 가까워지면 아이들을 돌볼 때도 자신의 입에 스카프를 두르고는 목소리를 아꼈다. 아이들에게 할 말은 글씨로 적었다. 밤에는 담배 연기를 맡을까봐 외식을 하지 않았다. 지방이나 해외 공연을 갈 때면 매일 아침마다 호텔 욕실에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베르간사는 2005년 르 피가로 인터뷰에서 “음이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하루 종일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베르간사는 1992년 57세에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출연한 <카르멘>을 마지막으로 오페라 무대를 떠났다. 베르간사는 70대까지도 리사이틀을 열었다.

생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베르간사를 두고 “이 시대의 카르멘”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베르간사는 카리스마와 관능을 발산하는 동시, 역할에 대해 엄격하고 분석적으로 접근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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