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하원, 우크라이나 전쟁 ‘물자 동원 법안’ 처리… 종전 멀어지나

2022.07.06 16:38

지난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 리시찬스크에서 한 주민이 파괴된 건물 옆을 지나가고 있다. 리시찬스크 | 신화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 리시찬스크에서 한 주민이 파괴된 건물 옆을 지나가고 있다. 리시찬스크 | 신화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물자 동원과 관련된 법안의 처리에 들어갔다. 4개월간 이어진 전쟁으로 소진된 물자를 보충하고 장기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앞서 돈바스 지역의 루한스크를 점령한 러시아군은 인접한 도네츠크주에 화력을 집중하며 점령지 확장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5일(현지시간) 러시아 국가 두마(하원)가 이날 자국군의 해외 군사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물자 동원 체제 도입 법안을 1차 심의에서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은 하원의 2, 3차 심의와 상원 승인을 거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최종 서명하면 발효된다.

법안은 러시아 정부가 해외 군사작전 지원을 위해 특정 기업의 역량과 시설을 동원하고, 비축된 국가자산을 활용하는 권한을 부여받는 것을 골자로 했다. 러시아의 군수기업과 협력 업체들이 물자 보급이나 수리를 위해 의무적으로 동원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법안은 또 정부에 노동관계 관련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기도 했다. 정부가 군수기업 노동자들에게 야간 노동이나 휴일 노동 등을 요구하고, 휴가 일수를 제한하는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유리 보리소프 부총리는 이날 하원 회의에서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이 엄청난 제재 압박에도 4개월 동안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 기간에 우리 군대는 필요한 모든 보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기와 탄약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군수산업체와 협력 업체들의 업무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것이 정부의 법안 개정이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원은 이날 1차 심의에서 집회나 시위, 거리행진 등을 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지역을 크게 확대하는 법안도 채택했다. 현재까지는 고가도로나 철도, 대통령 관저·법원·교도소 인근 지역 등에서만 집회나 시위가 금지됐으나, 앞으로는 기차역과 버스터미널·공항·부두 등과 교육기관·의료기관·복지기관 등에서도 집회를 할 수 없게 된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내의 반대 목소리를 한층 강하게 틀어막는 취지로 분석된다.

러시아 의회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시 동원과 관련된 법안의 처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에도 이를 전쟁이 아닌 특별군사작전이라 규정했기에 동원령을 선포하지 않았다. 서방 외신들은 러시아가 이번 법안을 통해 본격적으로 전시경제체제로의 전환에 나섰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조기 종전이 아닌 장기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러시아군은 이날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주에 화력을 집중하며 점령지 확장에 나섰다. 앞서 루한스크주를 완전히 점령한 러시아군은 도네츠크까지 장악하면 돈바스 전역의 장악을 달성할 수 있다. 특히 도네츠크는 산업 시설이 많고 우크라이나군 장비와 병력 공급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바 있어 러시아군이 주목하던 지역이었다.

러시아군은 최근 포병 화력을 앞세워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에 핵심 전력인 포병의 방어를 위해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단지를 포병 기지로 삼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원전 훼손을 우려하는 우크라이나군은 이곳을 공격할 수 없기에 사실상의 ‘방패’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 원전과 시설 직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어 서방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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