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부터 잡자”…한은, 사상 첫 빅스텝

2022.07.13 20:53 입력 2022.07.13 22:44 수정

기준금리 ‘연 1.75 → 2.25%’…금통위, 고물가 고착화 막으려 선제 대응

세 차례 연속 인상도 처음…원화 약세,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도 영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고물가 대응을 위해 사상 첫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주요국의 긴축 등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높지만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6%, 근원인플레이션 4%대는 경기와 관련 없이 너무 높은 수준”이라며 “물가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 필요성이 커진 점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13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올렸다. 금통위가 빅스텝에 나선 것도, 세 차례 연속(4·5·7월) 기준금리 인상을 실시한 것도 모두 처음이다. 그만큼 최근의 물가오름세가 심각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금통위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낮췄고, 지난해 8월 ‘통화정책 정상화’에 돌입했다. 이후 이날까지 11개월 동안 8번의 통화정책방향 회의 중 6번의 회의에서 총 1.75%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렸다.

금통위가 ‘빅스텝’이라는 이례적 통화정책을 단행한 것은 물가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그 압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1년 전보다 6.0% 뛰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 총재는 “6%대인 물가오름세가 이미 높은 수준인 데다 확산 정도도 보다 광범위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실질금리의 마이너스 폭도 크게 확대됐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물가·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 대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는 취지다.

원화 약세,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 등도 금리 인상의 근거로 거론된다. 원화 약세로 수입물가가 더 오르면 또다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되면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투자가의 자금이 빠져나가 원화 가치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면서, 일단 미국과의 격차는 0.50~0.75%포인트까지 커졌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가 오는 26~27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상대로 다시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는다면,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0.00~0.25%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주요국 성장세 약화로 수출이 둔화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 2.7%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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