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최근 경찰 관련 주요 사안마다 “언론보도를 통해 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이 장관의 언론브리핑과 인터뷰는 물론 행안부의 국회 답변서까지 언론보도를 통해 경찰관들의 동향을 파악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이 경찰 장악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이 장관이 경찰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지난 26일 행안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전국) 경찰서장 모임 관련해서는 언론에 등장하시는 분들은 다 경찰대 출신”이라며 “(제가) 파악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고 아직까지 보고받은 바 없지만, 일부 언론 보니까 참석하신 분들 상당수가, 상당수를 넘어 대부분이 경찰대 출신”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 25일 오전에도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저도 아직 정확히 파악은 못했습니다만 저한테 보고가 오는 것도 아니고”라고 운을 뗀 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을 쭉 보시면 언론에 언급되는 분들은 특정 출신”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이 언급한 ‘특정 출신’은 경찰대를 나온 경찰 간부를 의미했다.
행안부는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이 경찰의 민주적 통제를 위한 수단이라고 본다. 반면 경찰은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이 경찰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한다. 경찰국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자 이 장관은 정보 입수 경로로 ‘언론보도’를 강조하며 경찰의 의사결정과 자신은 무관하다는 모양새를 취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장관은 지난 23일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회의)를 둘러싼 경찰 지휘부의 의사결정도 언론보도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행안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이 장관은 “언론보도상 류삼영 총경의 대기발령 사유가 해산명령 불응인 것을 보고 해산 직무명령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며 “해산 직무명령은 경찰청장 후보자의 판단하에 조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장관 본인은 해산명령을 지시하지 않았고, 언론보도로 해산명령이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는 취지다.
이 장관은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언론과 만나 총경회의에 대해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으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행안부 답변이 사실이라면 장관이 언론보도만을 기준으로 경솔하게 ‘쿠데타’ 발언을 한 것”이라면서 “언론보도를 강조하지만, 실제로 행안부 장관이 별도 보고를 안 받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쿠데타’ 발언에 대해 “일부 서장 내지 총경들의 무분별한 집단행동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다. 오해를 풀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발언이 지나쳤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제가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