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리자 원전, 가동 전력 공급 한때 중단…러·서방, 에너지 전쟁에 핵재앙 위기 고조

2022.09.04 10:40 입력 2022.09.04 17:03 수정

러시아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전경. 자포리자|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전경. 자포리자|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장악한 유럽 최대 규모 원자력발전소인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전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전력선이 한때 차단됐다가 복구됐다. 우크라이나의 남부 탈환작전이 본격화되고,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맞서 서방의 대러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자칫 핵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3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에 현지 체류 시찰단으로부터 자포리자 원전 가동을 위한 전력 공급이 일시적으로 차단됐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달 초부터 자포리자 원전 주변에 공격 주체 미상의 폭격이 잇따르면서 우크라이나 전력망과 연결된 전력 공급선 4개 중 3개가 손상됐다. 마지막 남은 전력 공급선으로 원전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고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우크라이나 각지에 공급해왔는데 이마저도 잠시 끊긴 것이다. IAEA는 750kV급 전력선이 훼손됐지만, 얼마 안 돼 인근 화력발전소의 예비 전력선과 연결해 가동이 재개됐다고 설명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지난달 25일에도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 탓에 원자로 2기에 대한 전력 공급이 일시 중단된 바 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이끄는 사찰단은 지난 1일 자포리자 원전에 도착해 안전 점검을 벌여왔다. 이후에도 자포리자 원전 인근 폭격은 끊이지 않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상대방 소행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친러시아 지역 정부 관리는 이날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군이 원전에 포격을 가해 전력선이 끊겼다”라며 “포탄 한 발은 두 원자로 사이에 떨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이 전날 밤 자포리자 원전에 군 병력을 보내 탈환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퇴각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해군 병력 250명이 2일 오후 11시쯤 자포리자 원전 인근 호수를 건너 접근하려 했으나 (우리가) 저지했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기업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 인근을 계속 포격하면서 현재 원자로 6개 중 5개가 가동을 멈췄다고 반박했다.

이날 전력 차단 사태는 서방과 러시아의 에너지 전쟁이 한층 격화되는 시점에 일어났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전날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의 해상운송은 해당 제품을 특정 가격 이하로만 구매해야 가능해진다. G7 재무장관들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수익과 전쟁 재원을 줄이고,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가격 불안정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라며 다른 나라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러시아는 독일로 연결되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의 한 압축소에서 기름 유출을 발견했다며 3일로 예정됐던 가스 공급을 공급 재개 일정 발표도 없이 돌연 중단했다.

러시아는 자포리자 원전을 볼모로 삼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에 대한 압박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이곳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이 지역을 비무장화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경제에 복구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히기 위해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했다고 주장한다.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 침공 이전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 공급량의 약 5분의 1을 책임졌다.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가 이곳에서 생산된 전력을 우크라이나 전력망과 분리시키고, 남부 크름(크림)반도 등 점령지로 끌어가려 한다고 본다.

러시아가 실제로 전력망 교체 작업에 나선다면 핵재앙 위험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페트로 코틴 에네르고아톰 대표는 전력망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원자로의 냉각시스템 가동을 위한 전력 공급이 90분 이상 끊기면 원자로가 녹아내려 재난적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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