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물가 소식에 한국 금융시장이 다시 크게 출렁였다. 14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8.12포인트(1.56%) 떨어진 2411.42를 기록했다. 장 초반 70포인트 가까이 폭락해 2381까지 밀렸으나 미국 나스닥 선물이 상승한 데 힘입어 2400선을 회복했다. 장중 달러당 1395.5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17.3원 급등한 1390.9원에 마감했다. 1390원대 환율은 2009년 3월30일(1391.5원) 이후 13년5개월여 만이다.
전날 밤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3%로, 당초 예상했던 8% 안팎보다 높았다. 그 영향으로 미국 증시가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S&P500과 나스닥 지수 낙폭은 각각 4.32%, 5.16%에 달했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지난 6월(9.1%) 정점을 찍은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7월 8.5%, 지난달 8.3% 등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이 확인됐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8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6.3%로 오히려 전달(5.9%)보다 높아졌다.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경기를 둔화시킬 공산이 큰데, 한국 경제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현재 연 2.5%인 기준금리 상단을 연말 4.5%까지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연준은 올해 세 차례 금리조정을 남겨두고 있다. 당장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이 확실시되고 있다. 충격 요법으로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스텝’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기준금리(2.25%)는 미국보다 낮아지게 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리 인상 후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대해 “지금 상황으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10월, 11월 두 차례 금리조정 회의에서 빅스텝 또는 자이언트스텝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한국 경제가 말 그대로 총체적 위기에 처했다. 고금리는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키우고, 고물가는 실질소득 감소를 초래해 경기를 침체시킨다. 고환율은 수입가격을 밀어올려 물가불안과 외국인 자금 유출을 심화시킨다. 뉴노멀이 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는 아직 오지 않았고, 내년 상반기에 극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장기간 위기를 버텨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큰 충격에 직면할 서민·취약계층 가계와 한계기업에 대한 보호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