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0일까지 49억달러 무역 적자
중국·유럽 등 대상국 경기 침체에
실적 악화로 실물경제 파장 일 듯
10월 들어 20일까지 무역수지가 49억54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적자 규모도 크지만 더 큰 문제는 적자의 질이다. 수출은 증가하지만 수입 증가가 빨라 적자를 기록했던 과거와 달리 수출 자체가 줄고 있다. 10대 주요 수출 품목 중 7개 품목 수출이 감소했다. 중국, 유럽연합 등 주요 수출 대상국들의 경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수출 감소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감소는 수출기업의 실적악화로 이어져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24억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감소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3.5일로 1년 전(13일)보다 0.5일 더 많았지만 수출액은 오히려 줄었다. 일평균 수출액은 9.0% 감소했다.
올해 초 15.5%였던 수출 증가율은 지난달 2.8%까지 떨어졌다. 이 추세라면 10월 전체 수출액은 역성장이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품목별로 보면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12.8% 감소했다. 무선통신기기(-15.6%), 선박(-22.9%)도 큰 폭 줄었다. 석유제품(16.4), 승용차(32.1%) 수출이 늘었지만 하락세를 막진 못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373억55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9% 증가했다. 1년 전에 견줘 반도체(13.9%), 가스(24.6%) 수입이 늘어난 반면 원유(-0.3%), 석유제품(-18.5%), 정밀기기(-2.7%) 등은 줄었다.
이달 20일까지 기록한 무역수지 적자 규모(49억5400만달러)는 지난해 같은 기간(-23억7400만달러)보다 더 커졌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338억4300만달러로 이미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1996년(206억2400만달러)을 넘어섰다. 또 14년 만에 연간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흔들리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은 짙어지고 있다. 대외 여건을 감안하면 당분간 무역수지가 개선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기위축으로 수출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자국 내 생산 제품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중국은 강도 높은 코로나19 봉쇄를 계속하고 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럽의 경제엔진인 독일의 내년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다음달에도 큰 폭의 금리 인상으로 긴축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무엇보다 수출 증가율의 지속적인 하락세가 우려된다”며 “높은 원자재 가격을 비롯한 대외 불확실성 심화로 내년 초까지는 수출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