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에 155mm 포탄 50만발 대여…우크라이나 간접 지원 논란

2023.04.12 18:25

‘살상무기 지원 불가’ 방침과 동맹국 역할 사이 고심

미 기밀문건 추정 문서엔 ‘한국산 33만발’ 이송 계획

정부, 대여 여부엔 ‘구체적 내용 확인해줄 수 없다’

1월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성 미하일 수도원 앞에서 아이들이 파괴된 러시아 탱크 위에 올라가 있다. 연합뉴스

1월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성 미하일 수도원 앞에서 아이들이 파괴된 러시아 탱크 위에 올라가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미국에 155mm 포탄 50만발을 대여 형식으로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된 미국 기밀문건에서는 한국에서 생산된 155mm 포탄 33만발을 폴란드 등으로 옮기기 위한 일정표와 동선이 공개됐다. 한국이 미국을 통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우회 지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1일 복수의 외교안보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한·미 양국은 한국이 미국에 155㎜ 포탄 50만발을 대여하는 데 합의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한국으로부터 155mm 포탄 10만발을 구매한데 이어 올해 2월에도 10만발 추가 구매를 요청했고 한국은 미국에 50만발을 제공하되 대여해주는 형식으로 미국과 합의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100만발 가량을 지원했다.

정부가 대여 방식을 채택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미국 동맹국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한국에서 받은 50만발을 우크라이나로 보내지 않고 일단 비축분으로 채워 넣은 후 미군의 기존 포탄을 우크라이나로 지원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에 포탄을 수출하면서 최종 사용자는 미국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이 포탄이 결국 우크라이나로 전달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이어진 바 있다. 판매가 아닌 대여 형식을 빌리면 한국산 포탄이 우크라이나로 흘러 들어갈 경우 한국은 미국에 포탄 회수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한·미동맹 관계가 어느 때보다도 공고하다고 평가하는 정부가 미국에 실제로 포탄 회수를 요청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SNS 상에 유포된 미국 기밀문건 내용도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대한민국 155 운송 일정표(33만)’(ROK 155 Delivery Timeline(330K))라는 제목의 서류에는 한국산 155mm 포탄 33만발을 유럽 등으로 운송하기 위한 동선과 기간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뉴욕타임스는 유포 문건에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의 대화 내용이 담겨있다고 보도했다. 김 전 실장이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빨리 공급하는 것이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포탄을 우크라이나 무기전달 통로인 폴란드에 판매하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대통령실 내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불가 정책에 대한 궤도 수정이 거론됐다가 자칫 한·미 정상회담과의 ‘딜’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우회 지원 카드가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유포 문건) 상당수가 조작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도 포탄 대여 계획에 대해서는 “확인해드릴 수 있는 내용은 없다.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살상 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155mm 포탄 대여 계획 여부에 대해 “한·미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자유 수호를 위한 지원 방안에 대해 협의해오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한국은 지난해 구급차, 방독면, 모포, 의약품, 굴착기 등 비살상 군수물자를 지원했다. 올해는 인프라 구축 지원 등에 1억3000만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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