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초읽기, ㎾h당 최소 7원 올리면 월 평균 2000원 부담

2023.05.05 13:39 입력 2023.05.05 15:52 수정

서울 용산구 동자동쪽방촌의 한 방 입구에 전기 계량기가 달려 있다. 문재원 기자

서울 용산구 동자동쪽방촌의 한 방 입구에 전기 계량기가 달려 있다. 문재원 기자

한 달 넘게 미뤄진 전기요금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섰다. 정부와 여당은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와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해 이달 중 킬로와트시(㎾h)당 한 자릿수 이내의 ‘소폭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소폭 인상안인 ㎾h당 7원 오른다면 가구당 월 평균 2000원, 연간 2만4000원 안팎을 더 부담할 것으로 추산된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사실상 ‘전제조건’인 한전의 자력구제안 마련 작업이 막바지로 접어들자, 조만간 2분기(4~6월) 전기요금 인상 폭이 결정될 예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자구안 마련과 관련해 정부와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가계 부담을 우려해 산업부가 당초 여당에 제시한 요금안 중 가장 낮은 폭으로 알려진 ‘㎾h당 7원 인상’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만약 ㎾h당 7원 오르면 아파트에서 주로 사용하는 주택용 고압 기준으로 1인 가구 전기요금은 3만4630원으로 이전보다 1830원 더 부담하게 된다. 2인 가구부터는 인상 폭이 2000원대로 뛰어 4만7180원(+2300원)을 낼 예정이다. 3인 가구는 4만9090원(+2360원), 4인 가구는 5만1010원(+2440원)의 전기요금을 더 내게 된다.

이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에너지 총조사 결과, 2020년 기준 도시 지역 가구당 월 평균 사용량이 1인 가구 230㎾h, 2인 가구 289㎾h, 3인 가구 298㎾h, 4인 가구 307㎾h인 점을 고려해 산정한 결과다.

만약 10원을 올릴 경우는 가구당 최대 3000원대 중반을 전기요금으로 더 내게 된다. 1인 가구는 월 평균 전기요금이 3만5420원으로 이전보다 2620원 더 오른다. 2인 가구는 4만8160원(+3280원), 3인 가구는 5만110원(+3380원), 4인 가구는 5만2050원(+3480원) 가량의 전기요금을 낼 예정이다.

정부가 지난 1분기(1∼3월) 인상 폭(㎾h당 13.1원) 수준인 13원을 올린다면 부담 폭도 가팔라진다. 1인 가구 전기요금은 월 3만6200원으로 3400원 오르지만 2인 가구부터는 4만9150원(+4270원), 3인 가구 5만1130원(+4400원), 4인 가구 5만3100원(+4530원)으로 4000원 넘게 전기요금을 더 내게 된다.

올 2분기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한전 자금난 해소에는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h당 1원 오르면 매출은 약 5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7원 인상 시 3조5000억원 정도 매출 증대가 예상된다.

지난해 32조6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전은 회사채 발행으로 부족한 운영 자금을 충당한 탓에 하루 이자만 40억원씩 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전이 올해 1분기에도 5조원 가량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은 하락세이지만, 여권이 여론을 의식해 요금 인상을 미룰 경우 한전 적자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3분기와 4분기는 각각 냉방과 난방을 많이 쓰는 시기여서 요금을 올리기에 더 부담될 수밖에 없다. 자칫 내년 4월 총선 이후까지 전기요금 인상이 미뤄질 경우는 한전으로선 최악의 상황을 각오해야 한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정치논리로 전기요금이 좌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과 독일처럼 근본적으로 전기요금 규제 권한을 독립적인 기관에 맞겨야 한다”며 “정부가 할 일은 부담이 늘어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에 앞서 자구안부터 마련하라는 정부·여당의 요구에 따라 직원들의 임금인상분 반납을 포함한 대책을 고심 중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발전사 등 관계사를 포함한 한전 전체 직원들의 임금 동결과 인상분 반납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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