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 등으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일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앞두고 강제 구인됐다. 박 대령을 배웅하기 모인 해병대 사관 동기·선후배들은 “30년 가까이 해병대에 몸담은 참군인에게 항명죄를 붙이더니, 강제구인까지 하다니 참담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 대령은 이날 오전 10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용산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을 찾았다. 변호사, 해병대 사관 동기생 등이 동행했다. 하지만 군사법원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를 법원 측이 열어주지 않았다. 법원 측은 출입 절차를 거쳐 국방부 영내를 통해 들어와야 한다고 했고, 박 대령 측은 거부했다. 2시간 넘게 실랑이가 이어지다 낮 12시10분쯤 검찰단이 구인영장을 집행해 박 대령을 군사법원으로 데려갔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박 대령의 사관 동기·선후배들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 대령과 함께 오전 9시30분쯤 군사법원 입구에 도착한 이들은 ‘팔각모 사나이’를 부르며 그를 배웅했다. 팔각모에 전투복 차림을 한 박 대령을 ‘해병대’가 적힌 빨간 티셔츠를 입은 동기들이 포옹했다.
해병대 사관 81기 동기인 장현우씨는 “잘 싸우라고 응원하고 보내줬는데, 못 들어가게 하더라. 문을 열어주지 않으며 출입증을 받아서 영내로 들어오란 얘기를 하더니 결국 영장을 발부해 끌고 갔다”고 했다. 장씨는 생업 등으로 현장에 오지 못한 동기들에게도 이 소식을 전했다고 했다.
장씨는 “박 대령은 수사단장으로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한 것 아니냐. 정작 구속될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죄 없는 참군인이 끌려들어간 상황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제2, 제3의 채 상병이 나오지 않도록. 제2, 제3의 박정훈이 나올 수 있도록 저희는 싸울 거다”라고 했다.
자신을 박 대령의 선배라고 밝힌 해병대 사관 77기생 A씨는 “30년 가까이 해병대에서 몸담은 사람을 저렇게밖에 대우를 못 해주나”라며 “박 대령이 항명죄, 모욕죄로 강제구인까지 된 상황이 참담하다”고 했다.
이날 국방부 후문에는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 8명이 찾아와 검찰단에 항의하기도 했다. 박 대령은 국회의원들에게 “이 사안의 본질은 채 상병의 죽음이니 저한테만 포커스를 맞추지 마시고, 채 상병의 죽음에 억울함이 없도록 약속을 꼭 지켜달라”고 했다.
장씨는 박 대령의 이 말을 듣고 울컥했다고 했다. 그는 “그게 진짜 우리 동기의 본모습이다. 28년 전 훈련 받을 때도 박 대령은 요령 피우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나쁘게 말하면 융통성이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우리 동기들은 사건을 언론에서 접했을 때 정훈이의 말이 맞는다고 신뢰할 수 있었다”며 “끝까지 박정훈이 얘기하는 것은 비극적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다가 고초를 겪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박 대령의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30분으로 한 차례 연기됐고, 오후 1시30분으로 다시 변경됐다.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이르면 이날 밤 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