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신당, 대구는 응답할까···자민련 성공 이끈 ‘TK정서’ 주목

2023.11.13 19:14 입력 2023.11.13 19:58 수정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동대구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동대구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996년, 대구는 이미 다른 선택을 했던 적이 있다.”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9일 느닷없이 1996년의 대구를 소환했다. 당시 치러진 총선에서 대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총재로 있던 여당 신한국당 대신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손을 들어줬다. 대구 13석 중 8석을 자민련에 몰아준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대구에서 윤석열 정부를 많이 사랑해주시는 60~70대 분들이 30대, 40대 때 했던 선택이다. 다시 한번 변화를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16년 호남에서 안철수 의원이 성공한 것처럼 이번에 ‘이준석 신당’이 대구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김 전 위원장은 13일 K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당을 발족한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는데 이 대표가 경북이 자기 고향이고 하니까 선호하는 것 같다”며 “2016년 안철수 의원이 호남을 기반으로 해서 성공을 한 것처럼 이 대표도 경북이나 대구를 바탕으로 했을 때 성공 가능성이 있지 않나 한다. 안 의원도 호남에 기반이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당내에선 자민련이 승리했던 그때와 지금의 대구가 다르다는 말을 많이 한다. 자민련의 성공을 재현하기 어렵다는 대표적인 인사가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홍 시장은 지난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시 대구 자민련 바람은 김영삼(YS) 정권 출범 당시 대구에 설립 예정이던 삼성 상용차를 부산으로 가져간 데 대한 반감과 중심 인물로 거물인 박철언 장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현실을 무시하는 바람만으로 현 구도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1996년 대구에선 소위 ‘TK(대구·경북) 정서’라고 불린 반여권 정서가 팽배했다. 그렇다고 새정치국민회의(더불어민주당 전신)를 지지한 것은 아니다. 이 틈을 ‘반YS’를 내세운 김종필 전 총재와 박철언 전 장관이 잘 파고들었다. 당시 선거에 관여했던 자민련 출신 정치권 관계자는 13일 “김 전 대통령이 내각책임제로 헌법을 바꾸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과 이후 박 전 장관에 대한 정치 보복을 두고 대구에 반YS정서가 많이 있었다”며 “삼성자동차가 YS 때 부산으로 옮겼던 건 큰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영삼 정부 당시 대구의 경기 침체도 선거에 영향을 줬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위현복 대구 여론조사기관 ‘온’ 소장은 “섬유산업체의 연속적 부도와 부진 등 대구경제의 침체가 TK정서 확산의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대구지역의 변화는 1995년 지방선거에서 이미 감지됐다. 신한국당 지지율은 대구 26.1% 경북 27.9%에 그친 반면 무소속은 68.1%, 61.0%를 기록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청년의 약속’ 선포식에서 무대에 오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청년의 약속’ 선포식에서 무대에 오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자민련 성공의 조건으로 꼽히는 지역 기반, 인물, 반여권 정서 등에서 이 전 대표의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가능성과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우선 대구에서 이 전 대표의 지역적 기반이 탄탄하지 않다는 점은 약점이다. 이 전 대표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태어나 서울 노원병에서만 3차례 출마했다. 이 전 대표의 집안이 경북 칠곡군에서 오래 동안 살아온 것 외에는 특별한 연고가 없다. 인물 면에서는 대선주자급으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의원이 합류한다면 해볼 만 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유 전 의원이 대구에서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있다는 점은 극복 과제다. 대구에서 3선 의원을 지낸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 “대구·경북에 이준석 바람은 없다”라며 “이준석을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라고 말했다.

현재 TK는 1996년과 달리 ‘반윤’, ‘반여권’ 정서는 뚜렷하지 않지만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TK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지난해 5월2주(10~12일) 조사에서 68%를 기록한 이래 11월2주(7~9일) 조사에선 55%로 13%포인트 하락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지역경제 사정도 여의치 않다. 지난달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의 실물경제 동향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제조업 생산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구시에 접수된 전세사기 피해 신청만 지난 9월30일 기준 190건, 234억5000만원에 달했다.

최근 들어 윤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가 TK를 자주 찾는 것 역시 흔들리는 민심을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 챙기기’ 행보가 부쩍 늘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현직 대통령 최초로 참석했고, 지난 7일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다. 지난 12일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행사에 참석해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로 호명했다. 김 대표도 오는 14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영남에 도전할 의향이 있다고 한 것은 제일 어려운 도전을 하는 위치로 가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이기인 경기도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자민련, 친박연대 때와 정치적 여건은 분명히 다르지만 당의 곪은 문제들을 건드리려는데 이런 정치적 바람이나 여건을 따져봐야 뭐 하겠나”라며 “손가락질을 당하고 모두가 냉소해도 꼭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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