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바라기 미술’ 탈피해 자율성 찾아야

2008.12.01 17:37
윤민용 기자

일주학술재단 ‘위기의 한국미술’ 해법 찾기 심포지엄

박수근의 ‘빨래터’ 위작 파문, 전세계적 금융위기 여파로 인한 미술시장의 위축, 정부의 미술품 거래 양도차익 과세 방침,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해임 및 국립현대미술관의 부실운영….

왼쪽부터 질의자로 나선 노형석 한겨레신문 기자, 이준 삼성미술관 리움 부관장, 조인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발표자로 나선 김영나 서울대 교수, 평론가 강수미씨, 국립현대미술관 강승완 학예연구관, 작가 강홍구씨.

왼쪽부터 질의자로 나선 노형석 한겨레신문 기자, 이준 삼성미술관 리움 부관장, 조인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발표자로 나선 김영나 서울대 교수, 평론가 강수미씨, 국립현대미술관 강승완 학예연구관, 작가 강홍구씨.

올 한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술계의 주요 이슈들이다. 암초에 걸린 미술계의 해법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이 지난달 28일 마련됐다. ‘백 투 더 베이직: 한국미술 어디쯤 가고 있나’라는 제목으로 일주학술문화재단이 주최한 심포지엄에는 미술사학자와 미술평론가, 작가, 미술관 큐레이터 등 미술계의 각 부문을 대표하는 4인이 나와 한국미술계의 현재를 진단하고 그 해법을 모색했다.

◇ 위기에 몰린 국립현대미술관

기로에 선 국립현대미술관

기로에 선 국립현대미술관

이날 가장 관심을 끈 이슈는 국립현대미술관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강승완 학예연구관은 이날 ‘미술관·박물관 문화의 패러다임 변화와 한국의 미술관들’이라는 주제발표에서 해외 미술관·박물관의 민영화 사례를 검토하고 국내 미술관 정책에 대해 논했다.

강 연구관은 미술관 5개를 묶어 법인화한 일본과 국·공립미술관들이 공공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프랑스의 사례 등을 소개하면서 이 경우 재원 확보가 미술관·박물관의 생존여부를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으로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지방 분관의 설립을 통한 미술관 규모 확대, 국제적인 수준의 컬렉션과 미술 아카이브 구축, 전문인력 증원과 양성” 등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법인화를 위한 큰 전제 조건은 재정지원의 확보를 위한 독립기금의 설치”라고 강조했다. 또 미술관과 박물관이 분리·운영되는 현재의 미술관 정책은 문제가 있다며 “미술관·박물관이 통합된 체계적인 문화정책을 반영하여 중장기 마스터플랜이 수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미술사와 감정

위장논란이 인 박수근의 ‘빨래터’

위장논란이 인 박수근의 ‘빨래터’

김영나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미술사의 역할, 그 이해와 오해’라는 발표에서 감정을 미술사학의 중요 분야 중 하나로 언급했다. 김 교수는 “한국 근현대미술에서는 아직도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다”며 “고미술과 달리 근현대 미술품 감정에서 미술사학자들이 거의 배제되어 있는 현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법으로는 특정 작가에 대한 전문가 등 인력양성, 화랑·미술관·경매회사 등 다양한 기관에서 새로운 훈련 혹은 연구과정 제공 등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한 작가의 모든 작품 자료와 사진을 수록하고 작품의 역사를 기록한 ‘카탈로그 레조네’의 출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카탈로그 레조네는 상당한 준비기간과 비용이 들지만 미술사의 기초자료이면서 진위감정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박사학위 논문으로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 제대로 된 이중섭, 박수근 전문가가 없는 현재의 한국미술사학계가 새겨들을 대목이다.

◇ 위축된 시장이 오히려 기회

평론가 강수미씨는 ‘한국현대미술의 새로운 자율성을 향하여-1990년대 후반 이후 창작·이론·수용의 변화를 중심으로’라는 발표에서 “IMF 이후 지난 10여년간 미술시장의 위축이 오히려 한국 현대미술계에 자유로운 창작과 수용 공간을 마련해줬다”고 주장했다. 시장에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배경과 작업 성향을 가진 젊은 작가가 급부상할 수 있었고 창작에서 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안적 미술활동이 만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시장이 호황에 접어들면서 작가들이 ‘시장 정향적 미술’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안공간에서 선보이던 실험적인 미술이 상업화랑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나 문제는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 주제와 세부 기교가 이후 시장에 진입한 다른 작가들의 작품방향까지 결정해버렸다는 설명이다.

◇ 작가의 길

작가 강홍구씨는 “자본주의 시대에 진입하면서 미술에 대한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는 만큼 시각적 오락으로서의 미술은 당연한 것이고 산업화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술가보다 사업가적 기질이 중요해진 지금의 상황에서 작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작가에 대한 판타지를 갖지 말것 △‘세계적’에 얽매이지 말고 그 한계를 냉정하게 인식할 것 △바닥에서부터 다시 생각할 것 △구체적이고 지역적이고 사소한 데서 출발할 것을 주문했다.

<윤민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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