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선에 음이 있다, 시가 있다… 원석연 화백 10주기 추모전

2013.07.01 21:33

“연필선에는 음이 있다. 색이 있다. 리듬이 있고, 마무리가 있고, 살아 있는 생명 속에서 흐르는 미세한 맥박과 울림을 포착할 수 있다. 연필에는 시가 있고, 철학이 있다.” ‘연필 화가’인 고 원석연 화백(1922~2003)은 생전에 “누가 뭐래도 나는 연필 하나로 하나의 완성된 회화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필화를 습작 정도로 깎아내리는 화단에 아랑곳하지 않고, 꼿꼿한 선비 같은 그의 평소 삶처럼 평생 연필화만을 그렸다. 그리곤 연필이라는 재료적 한계를 극복, 연필만으로 얼마나 독특한 조형세계를 이룩해 감동을 줄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원 화백의 10주기 추모전 ‘연필로 그려낸 시대정신’이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마련됐다. 추모전과 함께 그의 작품세계, 삶을 보여주는 화집 <원석연>(열화당)도 출간됐다.

연필선에 음이 있다, 시가 있다… 원석연 화백 10주기 추모전

추모전은 연필화의 정수를 만끽하는 자리다. 특유의 솔직담백한 맛 속에 긴 여운이 일품이다. 바람까지 느껴지는 풍경화, 연필화로 믿기지 않을 만큼 극사실적으로 표현된 다양한 작품들은 치열한 작가의식을 드러내 숭고함마저 흐른다.

‘개미’ 연작(사진)은 그 세밀한 표현, 관객을 집중시키는 구도, 늘 바쁘게 허둥대며 살아가는 인간 삶을 개미에 투영시킨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특히 커다란 화면에 개미 한 마리만을 표현한 작품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인간 존재의 고독함이 진하게 묻어난다. 수천마리의 개미가 발버둥치며 나아가는 화면은 한국전쟁 직후 전쟁의 참혹함을 담은 것이기도 하지만 허우적거리는 인간의 삶을 되돌아보게도 한다.

원 화백은 화단에서 ‘괴벽이’ ‘대꽂이’로 불릴 만큼 강직한 성품을 보여주는 일화들로도 유명하다. 며칠 동안 작업한 초상화를 초상화 주인이 수정을 요구하자 그냥 찢어버리거나, 작품 판매를 위해 화랑과 협상을 하지 않은 대표 작가였다. 일본에서 그림을 배운 그는 귀국 후 미국 공보원에서 일하며 주로 초상화를 그려 생계를 꾸렸다. 생전 40여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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