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작가 6인이 만드는 ‘경탄할 만한 순간들’

2013.07.01 21:34

칙칙한 흑백 화면 속에서 그저 촛불 하나가 타고 있다. 가끔 불꽃이 흔들릴 뿐 호기심을 끌 만한 어떤 변화도 없다. ‘뭔가 나오겠지’ 하며 기다린다. 하지만 4분35초 동안 한 개의 초만 타들어갈 뿐이다. 비디오 작품이 종료되면서 허탈한 기분이 든다. 관객은 기다리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수많은 상념을 떠올리게 된다. 중국 작가 치우안시옹(41)의 작품이다. 작품 제목 ‘明夷之歌(명이지가·기다림의 노래)’를 보고서야 작품이 가진 의미에 고개를 끄덕인다. 제목의 ‘명이’는 주역 64괘 중 36번째 괘로 ‘밝은 태양이 지하에 들어가 있는 형상’을 말한다. 흔히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이 괘는 세상이 혼탁하니 땅속에서 인내하며 때를 기다리라는 의미다. 작가의 현실비판이다. 나아가 이 작품은 현실참여 정신을 이렇게 서정적으로 담아낼 수도 있음을 잘 보여준다.

주목받는 6명의 한·중 작가(각 3명)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7월28일까지 서울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우리가 경탄하는 순간들’전이다. 이 전시회는 유명 전시기획자·큐레이터인 윤재갑 상하이 하우 아트미술관 관장이 기획했다. 윤 관장이 자신을 “경탄시킨” 작가들을 한자리에 만나게 한 것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선정한 작가들이다.

중국의 유망 작가로 꼽히는 니요우위(29)는 ‘동전 시리즈’로 관객을 놀라게 한다. 각국 동전 위의 그림 등을 애써 지운 표면에 다양한 이미지 작업을 한다. 지극한 세밀화다. 동전이 더 이상 ‘동전’이 아니라 돈의 노예가 된 인간, 이 시대의 배금주의를 조롱하는 작품으로 승화됐다. 그는 회화에서도 당당한 필력을 드러낸다.

이용백의 ‘브로큰 미러’(부분)

이용백의 ‘브로큰 미러’(부분)

국내 미디어아트 대표작가인 이용백(47)은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작품 중 조각 ‘피에타:자기죽음’, 회화연작 ‘플라스틱 피쉬’, 미디어설치 ‘브로큰 미러’를 선보인다. 국내에서 처음 전시하는 ‘브로큰 미러’는 이미 국제무대에서 호평을 받았다.

관객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갑자기 거울이 산산조각난다. 부서진 거울이 다시 온전해지면서 관객은 자신의 모습이 산산조각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독일에서 활동 중인 이석(37)은 회화, 풍경사진 위에 기하학적 스펙트럼을 입히는 등 다양한 변형을 통해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허문다. 전시장 바닥까지 작품으로 활용한다. 허수영(29)은 마치 수도자처럼 끝없는 덧그리기를 한 독특한 풍경화, 식물·곤충 도감 속 이미지를 환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장 첫 머리를 장식한 진양핑(42)은 캔버스에 자연풍경과 무술 동작·아파트·자동차 등의 이미지들을 융합해 산업화된 현대사회의 한 단면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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