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가의 작품들 맞나…그를 ‘가장 비싼 화가’로 이끈 도전과 변화

2019.04.01 21:16 입력 2019.04.01 21:17 수정

서울시립미술관, 국내 첫 ‘데이비드 호크니’전

데이비드 호크니가 1998년에 그린 ‘더 큰 그랜드캐니언’은 캔버스 60개를 이어 붙인 대작이다. 전시장에서 실제로 본 그림은 그 크기만으로 관람객을 압도했다. ⓒ David Hockney, Photo Credit: Richard Schmidt, Collection 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Canberra

데이비드 호크니가 1998년에 그린 ‘더 큰 그랜드캐니언’은 캔버스 60개를 이어 붙인 대작이다. 전시장에서 실제로 본 그림은 그 크기만으로 관람객을 압도했다. ⓒ David Hockney, Photo Credit: Richard Schmidt, Collection 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Canberra

지난달 22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데이비드 호크니’전이 열리고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82)는 영국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다. 80세 생일에 맞춰 2017년 영국 테이트 미술관, 프랑스 퐁피두센터,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을 순회한 회고전은 100만명 이상이 봤다. 지난해 11월 그의 그림 ‘예술가의 초상’(1972)이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030만달러(약 1020억원)에 팔리면서 더 유명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을 그린 생존 미술가’란 타이틀이 붙었다.

회화·드로잉·판화 133점 전시
수영장 시리즈 ‘더 큰 첨벙’ 등
60여년 쏟아낸 작품 세계 조망

서울시립미술관과 영국 테이트 미술관이 기획한 ‘데이비드 호크니’는 회화와 드로잉, 판화 133점으로 구성된 한국 첫 개인전이다. 테이트 컬렉션이 대부분 한국에 왔고 영국문화원, 호주빅토리아국립미술관 등 다른 기관 소장품도 포함됐다.

7개 소주제로 나뉜 전시는 1954년 초기작부터 2017년에 만든 신작까지 60여년에 걸친 호크니의 작품 세계를 망라한다. 2층과 3층 전시장을 꽉 채운 작품들을 보면 한 작가의 작품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다양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호크니는 끊임없이 변화했다. 스스로에게, 세상에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았다. 30대 중반에 ‘스타 작가’가 됐지만 기존 스타일을 고수하지 않았다. 초상과 정물, 풍경을 넘나들고, 관습적인 원근법을 거부했으며, 회화부터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섭렵했다. 한때는 회화를 포기하고 사진에만 매달렸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사진을 부정하기도 했다.

호크니는 ‘3차원’을 어떻게 평면에 표현할지 고민하며 중국의 두루마리 그림을 모티브로 시점이 여러 개인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시점을 달리한 여러 장의 사진을 모자이크처럼 붙여 카메라가 아닌 사람의 시선을 표현하려 애썼다. 2인 초상화 ‘조지 로슨과 웨인 슬립’(1972~1975)을 그릴 때는 고정된 시점을 극복하는 법을 찾으려 안간힘을 쓴 끝에 ‘미완성’으로 남겨두기도 했다.

133점을 모두 보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호크니 작품 중 가장 비싼 ‘예술가의 초상’은 개인 소장품이라 한국에 오지 못했다. 대신 이에 못지않은 또 다른 수영장 시리즈 작품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이 아쉬움을 덜어준다. 영국에서 태어나 살다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던 호크니는 물이 주는 청량함을 구상과 추상을 가리지 않고 표현했다.

호크니의 ‘수영장 시리즈’ 중 하나인 1967년 작 ‘더 큰 첨벙’. ⓒ David Hockney, Collection<br />Tate, U.K. ⓒ Tate, London 2019

호크니의 ‘수영장 시리즈’ 중 하나인 1967년 작 ‘더 큰 첨벙’. ⓒ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 Tate, London 2019

‘클라크 부부와 퍼시’(1970~1971), ‘나의 부모님’(1977) 등 2인 초상 시리즈는 여유를 갖고 봐야 한다. 특히 화면 밖 관람객을 도발적으로 응시하고 있는 ‘클라크 부부와 퍼시’는 한 번 보고 나면 계속 생각이 날 만큼 인상적이다.

1020억원 ‘예술가의 초상’ 제외
2017년 작품은 세계 최초 공개

캔버스 50~60개를 이어붙여 완성한 대형작품 ‘더 큰 그랜드캐니언’(1998),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2007) 등은 존재 자체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서울시립미술관 이승아 학예연구사는 “그림에 다가갈수록 나무를 올려다보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호크니가 만 80세에 완성한 ‘2017년 12월, 스튜디오에서’는 이번 한국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아쉬운 점은 호크니의 포토콜라주가 단 한 점도 한국에 오지 못한 것이다. 호크니는 젊은 시절 회화를 중단할 정도로 포토콜라주에 매달렸다. 특히 어머니의 초상화를 사진 112장으로 구성한 ‘어머니, 1982년 5월4일 요크셔 브래드퍼드’(1982)는 <곰브리치 서양미술사>에도 수록될 만큼 유명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헬렌 리틀 테이트 미술관 큐레이터는 “사진은 대여 불가능한 개인 소장품이 많아 모든 작품을 한 전시에 담기 어려웠다”면서 “비디오 기술이나 오마주 등의 다른 방식으로 사진작을 보완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8월4일까지 진행된 뒤 중국 베이징과 독일 함부르크에서 이어진다. 입장료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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