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발명

2011.08.01 22:01 입력 2011.08.01 22:43 수정
육영수 |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

▲ 인권의 발명 | 린 헌트·돌베개

‘인권’이라는 용어가 서양에서 첫 등장한 것은 1760년대 무렵이다. ‘자연권’이라는 종교적인 색채의 용어가 점차 소멸하고,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도 능동적으로 보장되어야 ‘인간의 권리’라는 새로운 개념이 계몽주의 꽃밭에서 잉태된 것이다. 이 철학적 용어에 뼈와 살을 보태 ‘인권적 인간형’을 탄생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프랑스혁명이었다고 헌트는 확신한다. 혁명은 광대, 유대인, 사형집행인 등과 같은 소수자들에게 시민권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고문과 노예제 같은 악법을 철폐했다.

[책읽는 경향]인권의 발명

이 책은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서〉(1789)가 <세계인권선언문>(1948)의 메아리를 만날 때까지 지난 150여년 동안의 험난했던 인권의 세계사를 추적한다. 부르주아 백인 남성이 독점하는 인권의 무게에 눌려 여성, 실업자, 유색인종의 자유와 평등은 오랫동안 질식되었다. “인권은 정치적 내용을 획득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인권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현장에서 실천되도록 우리는 생활정치에 날마다 참여하고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왜 인권은 장기적인 성공에 실패했나?” 배타적인 민족주의와 좌우 이데올로기의 지독한 다툼 속에서 “인간성이라는 부드러운 권력”이 항상 희생되었기 때문이라고 헌트는 설명한다. 기본적인 표현과 집회의 자유에서부터 노동과 복지의 권리에 이르기까지 지구촌에서 인권의 역사는 미완의 진행형이다. 질문을 바꾸면, 군사독재에서 ‘이명박 정부’에 이르는 반세기 동안 이 땅에서 인권의 역사는 어떻게 부침하고 퇴행했는가? 삽과 시장이 합작한 ‘배반의 계절’이 붕괴하면서 몰고 온 진흙탕에 갇힌 지금 이곳 인권의 위태로운 시간은 과연 몇 시인가.

[책읽는 경향]인권의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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