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번역한 구상문학상 수상 시집…미국 대학서 한국학 교재로 쓰이죠”

박찬응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출판부는 ‘가시와 꽃의 노래들(Songs of Thorn and Flower)’이라는 시리즈명으로, 한국 시집을 매년 한 권씩 영어로 출간하고 있다. 2010년 김형영 시인의 <나무 안에서(In the Tree)>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유안진 시인의 <할 말이 남아있다고(There Remain Words to Say)가 나왔고 올해는 황동규 시인의 <겨울밤 0시5분>이 출간될 예정이다. 시리즈를 기획하고 번역까지 맡은 이는 이 대학 동아시아어문학과에 재직하는 박찬응 교수(61·사진)다. 생전의 구상 시인(1919~2004)과 깊은 인연이 있는 그는 구상선생기념사업회가 진행하는 구상문학상 본상(시) 수상작을 미국에서 출간한다. 2009년 시작된 구상문학상은 3회까지 시상했다.

“구상 선생의 시는 단순한 언어로 깊은 철학을 이야기합니다. 시어가 복잡하고 기교에 치우치면 독자와의 소통이 어려워지는데 그런 점에서 구상 시는 특유의 미덕이 있지요. 역대 수상작 역시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리즈명에 등장하는 ‘가시’와 ‘꽃’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구상 시인의 작품에 수난과 고통, 기쁨과 영광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한국 시집 시리즈인 ‘가시와 꽃의 노래들’은 수상 시집에 수록된 작품 외에 수상 시인의 대표작을 선별해 한국어와 영어로 나란히 수록한다. 또 번역자인 박 교수가 직접 해설을 쓰고 시어의 각주를 붙인다. 한국어와 영어로 제작한 시 낭송 음원과 수상 시인과의 인터뷰 동영상을 담은 CD롬도 첨부해 미국 학생 및 독자들이 다각도로 한국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

“제가 번역한 구상문학상 수상 시집…미국 대학서 한국학 교재로 쓰이죠”

“수상 시집이 결정되면 1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쳐 이듬해 책이 나옵니다. 미국에서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시리즈가 교재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죠.”

오하이오주립대에는 학부과정에 30여명의 한국학 전공 학생이 있는데 대부분 미국인이다. 미국 내 한국학이 LA, 뉴욕, 시카고 등 교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추세인데 비해 오하이오는 가장 평균적인 미국 문화와 정서를 간직한 곳으로, 대기업의 테스팅 마켓이기도 하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오하이오주립대의 한국학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한국문학과 공연예술, 문학 번역 등을 가르친다.

그는 “한국 시인들의 시집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다른 대학의 한국학 관련 기관에도 적극적으로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상 시인과의 인터뷰, 시집 제작 협의를 위해 매년 여름방학마다 한국을 찾는 박 교수는 서강대 영문과 출신으로, 하와이대에서 판소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5년 오하이오주립대에 부임했다. 판소리 명인 고 정권진을 사사하는 등 전통 공연예술의 이론과 실기를 함께 연마했으며 <Voices from the Straw Mat: Toward an Ethnography of Korean Story Singing(돗자리 위의 목소리: 한국 이야기 노래의 민속학)>(2003·하와이대 출판부)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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