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2013.04.01 22:27 입력 2013.04.01 22:33 수정
한선희 | 영화 프로듀서

▲ 여행의 기술 | 알랭 드 보통·청미래

[오늘의 사색]여행의 기술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를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 나간다. (…)

예를 들어 음악을 듣고 있을 때나, 줄지어 늘어선 나무들을 눈으로 쫓을 때. 우리 정신에는 신경증적이고, 비판적이며, 실용적인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은 의식에 뭔가 어려운 것이 떠오를 때면 모른 척하고, 또 기억이나 갈망, 내성적이고 독창적인 관념들은 두려워하고 행정적이고 비인격적인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음악이나 풍경은 이런 부분이 잠시 한눈을 팔도록 유도한다.

모든 운송 수단 가운데 생각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은 아마 기차일 것이다. 배나 비행기에서 보는 풍경은 단조로워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만, 열차에서 보는 풍경은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 열차 밖의 풍경은 안달이 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그러면서도 사물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움직인다. 이 풍경을 통해 우리는 잠깐 사적인 영역들을 보고 영감을 얻기도 한다.”

△ 여행은 일의 연장일 수도 있고, 휴식일 수도 있다. 출장이 아니라 휴가로 여행을 택할 때면 대부분 아무 생각 없이 푹 쉬다 돌아오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그러나 쉬기 위해 여행을 떠날 때조차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여행이 좋은 이유는 생각을 새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선 풍경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기술’이다.

코레일이 다음달부터 운영한다는 중부내륙 순환열차와 백두대간 협곡열차에 관한 소식을 읽으며 기차 여행의 즐거움을 상상해본다. 느릿한 관광열차에 몸을 싣고 자동차가 달릴 수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