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전집

2014.01.16 21:55 입력 2014.01.16 23:13 수정
이해존 | 시인

▲ 김수영 전집 | 김수영·민음사

[오늘의 사색]김수영 전집

무의식의 시에 있어서는 의식의 증인이 없다. 그러나 무의식의 시가 시로 되어 나올 때는 의식의 그림자가 있어야 한다. 이 의식의 그림자는 몸체인 무의식보다 시의 문으로 먼저 나올 수도 없고 나중 나올 수도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동시(同時)다. 그러니까 그림자가 있기는 있지만 이 그림자는 그림자를 가진 그 몸체가 볼 수 없는 그림자다. 또 이 그림자는 몸체를 볼 수도 없다. 몸체가 무의식이니까 자기의 그림자는 볼 수 없을 것이고, 의식의 그림자가 몸체를 보았다면 그 몸체는 무의식이 아닌 다른 것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시는 시인 자신이나 시 이외에 다른 증인이 있을 수 없다. (…) 진정한 참여시에 있어서는 초현실주의 시에서 의식이 무의식의 증인이 될 수 없듯이, 참여의식이 정치 이념의 증인이 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것은 행동주의자들의 시인 것이다. 무의식의 현실적 증인으로서, 실존의 현실적 증인으로서 그들은 행동을 택했고 그들의 무의식과 실존은 바로 그들의 정치 이념인 것이다. 결국 그들이 추구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불가능이며 신앙인데, 이 신앙이 우리의 시의 경우에는 초현실주의 시에도 없었고 오늘의 참여시의 경우에도 없다. 이런 경우에 외부가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외부와 내부는 똑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죽음에서 합치되는 것이다.

△ 의식의 그림자가 없는 무의식은 공허하다. 그리고 의식과 무의식 이전에 행동하는 양심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걸고 투신하는 것, 구호나 선동을 뛰어넘어 죽음에까지 자신을 밀어붙일 수 있는 용기, 그곳에 진정성이 자리한다. 노동하는 사람이 노동을 모르듯이, 글을 쓰는 사람이 자기 글의 증인이 될 수 없듯이,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안과 밖의 경계가 없다. 김수영은 죽음을 통해서 생명을 획득하는 기술을 참여시의 중요한 근거로 삼았다. 달리 말하면 죽음을 어떤 형식으로 극복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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