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영광의 탈출 - 모친 ‘춘향뎐’과 바꿔 얻은 감동

2014.12.10 22:45 입력 2014.12.10 23:09 수정
김홍신 | 소설가

▲ 영광의 탈출 | 레온 유리스

[김홍신의 내 인생의 책](4) 영광의 탈출 - 모친 ‘춘향뎐’과 바꿔 얻은 감동

청탁을 받고 기억의 저편에서 젊은 날의 감흥을 되새기며 지하서고를 뒤져보았다. 삭아 금방이라도 먼지처럼 바스러질 것 같은, 표지가 떨어지고 접힌 자국이 부스러지는 책 <영광의 탈출(Exodus)>을 찾아냈다. 문학청년 시절 친구들과 부지런히 책을 돌려가며 읽다가 이 소설책에 빠져들어, 소장하고 싶은 욕심에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춘향뎐>과 바꿔치기한 추억을 떠올렸다. 작은 활자체로 내려쓴 이 책은 무려 640여 쪽이나 되는 소설인데 지금 읽어도 짜임새 있고 경쾌한 번역서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책은 2000여년 동안 나라 잃고 떠돌며 박해받던 유대민족이 이집트의 압제를 벗어나기 위해 온갖 곤경을 겪고 죽을 고비를 넘어 약속한 땅 이스라엘로 가는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스라엘이 섬나라처럼 적대 국가들에 에워싸여 있음에도 굳건히 자존심을 지켜나가는 근원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작가는 수만㎞를 답사하고 수많은 관련자들을 면담해 사실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나치독일의 극악한 인류사적 범죄로 기록된, 유대인 600만명 대학살로 민족마저 잃을 뻔한 치욕을 영광의 탈출로 승화시켰고 죽은 언어로 인식되었던 히브리어를 살려냈다.

작가는 서문에서 <엑소더스>에 수록된 사건은 거의 모두가 사실이고 공문서에 기록된 사건들이라고 했다. 등장인물들의 민족애와 눈물겨운 사투, 치열한 독립운동 중에서도 피어난 정열적인 사랑 등의 사건 전개는 내게 단순한 감동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사와 견주어보게 했다. 폴 뉴먼 주연의 동명 영화로 널리 알려졌고 주제곡도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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