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강압수사로 억울한 죽음 ‘기축옥사’ 담당 위관 논쟁 “당쟁론 벗어야 보인다”

2015.05.01 21:11 입력 2015.05.01 21:43 수정
문학수 선임기자

▲ 유성룡인가 정철인가…오항녕 지음 | 너머북스 | 286쪽 | 1만7000원

[책과 삶]강압수사로 억울한 죽음 ‘기축옥사’ 담당 위관 논쟁 “당쟁론 벗어야 보인다”

역사는 해석의 문제일까. 이 책의 저자는 반대한다. 입장과 의지에 따라 역사를 해석하다 보면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이해를 방해하고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史實)에는 늘 구멍이 뚫려 있고, 사람의 눈은 각기 다르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렇기에 “사료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상황을 합리적으로 추론하여 진실을 찾아가는 것이 역사 공부”라고 말한다. 이러한 저자의 입장은 당쟁론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당쟁론적 역사 해석이란, 요즘으로 치자면 진영논리로 상황을 인식하는 태도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책은 1589년(선조 22년)의 기축옥사(己丑獄事)에 관한 이야기로 문을 연다. ‘정여립의 난’으로도 알려진 당시의 사건에 이발(李潑)이라는 인물이 연루됐는데, 여든이 넘은 그의 어머니와 어린 아들이 감옥에서 국문을 받다가 죽는 일이 발생했다. 지나치게 혹독한 국문이었다는 지탄이 일었고, 담당 관청인 추국청과 책임자인 위관(委官)도 구설에 휘말렸다. 한데 이 지점에서 논쟁이 발생한다. 사건 당시에 위관이 유성룡이었는가, 정철이었는가.

저자인 오항녕(전주대 교수)은 그 논쟁의 당사자다. 2009년 벌어졌던 논쟁에서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은 당시 사건이 정철이 위관이었던 1590년에 일어났다고 주장했고, 오항녕은 유성룡이 위관이었던 1591년의 일이라고 반박했다. 물론 이덕일은 그에 대해 반론했고 오항녕의 재반론이 다시금 이어졌다.

말하자면 이 책은 6년 전 논쟁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저자는 아예 한 권의 단행본으로 자신의 주장을 논증하면서, “400년간 미묘하게 뒤틀려온 기억”을 추적한다. 책에 따르면 ‘유성룡인가 정철인가’의 논쟁은 오랜 연원을 갖는다. 광해군 초반에 ‘정철 위관설’이 처음 제기된 이후 ‘유성룡 위관설’과 몇 차례 논쟁의 양상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엇갈린 논쟁은 기록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그 ‘기억 투쟁’의 배경에는 본질적 배후가 숨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그것은 이른바 ‘당쟁론’으로 불리는 진영 간의 싸움이다. 저자는 “권력욕, 묵은 감정, 원한 등과 같은 인간의 의지”로 역사적 사건을 재단하려는 “안이한 태도”에 대해 비판한다. 결국 이 책은 ‘유성룡인가 정철인가’에 대한 단답형 해명보다, 한국 정치사에 대한 당쟁론적 접근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에 노력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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