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타르코프스키의 순교일기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2017.08.14 22:15 입력 2017.08.14 23:09 수정
정성일 | 영화평론가·감독

자기 삶에 매일 용기 주는 법

[정성일의 내 인생의 책] ②타르코프스키의 순교일기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잘 알려진 대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1962년 <이반의 소년시절>로 데뷔한 다음 1986년 일곱 번째 영화이자 마지막 영화 <희생>을 편집하다 54세의 나이로 죽었다. 그는 이미 의사로부터 자신의 죽음에 대한 예고를 통보받았고, 자신이 남겨놓을 영화의 작업과 삶의 남은 시간을 맞바꾸었다. 아직 페레스트로이카 이전 사회주의 소비에트 체제 안에서 타르코프스키는 끊임없이 자신의 프로젝트가 검열 당국에 의하여 무산되는 것을 그저 속수무책으로 구경해야 했다.

<타르코프스키의 순교일기>는 1970년 4월30일 모스크바에서 시작해서 1985년 12월15일 파리에서 끝난다. 이 일기에는 온갖 세세한 항목의 기록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종종 이달의 생활비를 정리한 다음 ‘절약을 해야 한다’는 다짐을 써놓기도 했다. 만일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에 대한 철학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밀치고 <봉인된 시간>을 읽기 바란다.

그러나 위대하기 짝이 없는 한 인간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현실 속에서 견디면서 살아갔는지를 읽고 싶다면 이 일기를 권한다. 읽던 페이지를 멈추고 창문 바깥의 바람을 보게 만든다. 이를테면 1974년 6월27일의 일기. 타르코프스키는 꿈속에서 사형당하는 자신을 보았다.

하지만 형 집행이 채 이루어지기 전에 잠에서 깨어났다. 타르코프스키는 그걸 아쉽게 생각한다. 조금만 더 늦게 깨어났다면 사형을 당할 수 있었을 텐데. 차라리 죽는 편에서 자유를 맛볼 수 있는 지경까지 온 예술가의 일상생활. 타르코프스키는 가까스로 견뎌내면서 다음 영화를 다시 준비한다. 그게 그 다음날의 일기이다.

이 고통스러운 일기는 동시에 자기 자신의 삶에 용기를 주는 매일매일의 방법을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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