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했는데 웬 악몽…과잉보호도 아이에겐 스트레스죠

2017.12.01 19:28 입력 2017.12.01 19:32 수정

지나치게 깔끔한 아이

마릴리나 카발리에르 글·레티지아 이아나콘 그림 |이경혜 옮김 | 두레아이들 | 36쪽 | 1만원

[어린이책]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했는데 웬 악몽…과잉보호도 아이에겐 스트레스죠

희고 동그란 얼굴에 빨간색 뿔테 안경을 살짝 걸친 8살 아이 파보르 녹투르누스. 기름을 발라서 2 대 8로 가지런히 정리한 머리와 회색 짜임 니트를 입은 단정하고 똑똑해 뵈는 아이는, 사실 ‘약간 겁쟁이’다.

사과나 복숭아·포도처럼 씨앗이 있는 과일은 절대로 입에 대지 않는다. 알레르기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처음 본 낯선 사람 앞에선 입도 벙긋하지 않는다. 파보르를 걱정하는 엄마가 집 밖의 도처에 널려있는 수많은 위험들에 대해서 이미 충분히 주의를 줬기 때문이다. 엄마가 없는 곳에서 잘못 행동했다간 ‘개에게 물릴 수도’ 있고, ‘감기에 걸려 고생’할 수도 있다.

[어린이책]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했는데 웬 악몽…과잉보호도 아이에겐 스트레스죠

병균이 옮을 수도 있으니, 학교에서는 아무한테도 물건을 빌려주지도 빌리지도 않는다. 아이들과 흙장난을 하는 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일까 파보르는 늘 혼자다.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을 깔끔하게 정리된 자신의 책상에서 그저 바라만 본다. 웃고 있는 반 아이들을 바라볼 때 그의 동그란 눈은 조금 더 커다래지는 것 같다. 못 볼 꼴을 봐서일까?

이렇게 조심했는데도, 파보르는 밤마다 무서운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걱정이 된 엄마는 파보르를 병원으로 데려가고, “이런 병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라고 말한 의사 선생님은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처방이 마음에 들었던 걸까, 그림책 내내 눈을 똥그랗게 뜨고 긴장한 모습만 보였던 파보르가 처음으로 미소 짓는다. 왼손에 초록색 막대 사탕을 꼭 쥐고서.

파보르는 병균과 개를 피해 덜덜 떨 때도 귀엽긴 했지만, 웃는 모습이 더 보기 좋았다.

이제 그림책의 후반부는 의사 선생님의 처방을 따라가며 더 크게 미소 짓는 파보르의 모습을 비춰준다. 비록 감기에 걸렸고, 이 때문에 엄마의 걱정을 사기도 했지만 말이다.

주인공의 이름이자 원서의 제목인 파보르 녹투르누스는 원래 ‘야경증, 밤공포증’을 가리키는 의학 용어다. 부모의 지나친 간섭에 힘들어하는 아이를 그리기 위해 이런 단어를 고른 것이다.

어쩌면 엄마는 지금도 불안할지도 모른다. ‘아이가 상처받으면 어쩌지, 다치면 어쩌지’라는 마음에 ‘내가 보호해 줘야 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의사 선생님의 처방대로 친구를 사귀고 애완동물을 돌보는 파보르는 이제 날마다 좋은 꿈을 꾸며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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