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부문 심사평 | 시대의 감수성과 비평적 주체성 견지한 논리 돋보여

2018.01.01 20:44 입력 2018.01.01 20:47 수정
심사위원 권성우·서영인

신춘문예 평론 부문 심사위원인 서영인 문학평론가(왼쪽)와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가 지난달 19일 경향신문 편집국에서 평론 응모작을 최종 검토하고 있다.<br />이상훈 선임기자

신춘문예 평론 부문 심사위원인 서영인 문학평론가(왼쪽)와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가 지난달 19일 경향신문 편집국에서 평론 응모작을 최종 검토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시대의 감수성에 공감하는 능력은 비평가가 갖추어야 할 필수적 덕목 중 하나다. 그것은 우리 시대의 문학이 우리 삶의 어떤 국면에 주목하고 있는지 예민하게 알아채는 감각에 다름 아니다. 이 시대적 감수성을 통해 비평가는 우리가 사는 세계의 어떤 지점에 개입해야 할지를 결정하고 그것과 대화하는 문장을 만들어낸다. 간혹 이 시대적 감수성이 시류에의 편승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저널리즘이 만든 지형이나 상업적 추세에 비평이 동조함으로써 문학적 사유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시류에 무감한 비평이 어떻게 당대의 문학을 적극적으로 사유할 힘을 얻을 수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시류를 읽으면서도 거기에서 자신의 주체적 입장을 찾는 비평의 균형감각이다.

응모된 작품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경향은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었다. 젊은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페미니즘이 비평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응모된 비평들을 통해 성평등의 문제제기를 넘어서서, 오랫동안 구축되어 온 여성혐오의 사회적 구조와, 그것을 형상화하는 다양한 문학적 방법들이 매우 진지하고도 섬세하게 논의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고심 끝에 인아영의 ‘유토피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를 선정했던 것은 시대적 감수성에 진지하게 접속하면서도 비평적 주체성을 견지하는 태도와 논리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박민정의 <아내들의 학교>를 대상으로 한 인아영의 비평은 박민정 소설의 미덕을 고루 짚으면서도 사회적 개인으로서의 여성적 주체의 다면성을 풍부하게 해석해내고 있다. 여성적 연대의 필요성과 연대에 이르기까지의 다단함을 함께 바라보는 차분한 해석과 신중한 판단은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현란한 이론보다는 작품 자체의 문제의식을 존중하면서 그로부터 유발된 문학적 가능성을 끝까지 사유하고 있다는 점이 미덥다.

문학하기 어려운 시대에 새로이 비평가로 입문한 동료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당선을 축하드린다. 앞으로 더욱 당대의 감수성과 함께 호흡하면서 단단한 주체성을 견지하는 비평가로 성장하길 바란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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