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부문 당선 소감 | 세상이 더 나쁜 곳이 되지 않도록 붙잡아 볼 것

2018.01.01 20:44 입력 2018.01.01 20:47 수정
인아영 | 서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전공 박사과정

[2018 경향 신춘문예]평론부문 당선 소감 | 세상이 더 나쁜 곳이 되지 않도록 붙잡아 볼 것

세상과 관계 맺게 해주는 주된 도구는 언제나 글이었다. 학부 전공인 인류학을 통해 인간을 지적으로 이해하는 즐거움을 배웠으나 예술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해소하진 못했다. 미학을 복수전공하면서 예술비평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인간을 지적이고 총체적으로 다루는 언어예술인 문학비평을 선택하여 여기까지 온 셈이다. 철학과 예술, 학문과 아름다움을 한데 품은 예술비평이라는 형식 속에서 나라는 인간이 가장 자유롭고 조화롭게 세상과 관계 맺을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비평을 텍스트 해석이라고 넓게 정의한다면, “세계가 존재하는 한 모든 것은 텍스트이고, 텍스트가 존재하는 한 비평은 불가피”하다. 그것은 기존의 해석들에 벽돌 하나를 더 얹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자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응답을 거짓 없이 수행하는 일이다.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바에 대해서 똑바로 알고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다. 솔직한 비평만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훌륭한 것을 훌륭하다고 말하고 형편없는 것을 형편없다고 말하는 것으로, 훌륭함과 형편없음에 대한 여러 기준들을 맞부딪치게 하는 것으로, 그래서 결국은 그 기준들을 작동시키는 세상을 성찰하게 만드는 것으로, 세상이 더 나쁜 곳이 되지 않도록 붙잡고 지탱할 수는 있다.

나는 1990년에 한국에서 태어난 여자라는 조건을, 그리고 그 안에서 배태된 나의 감수성과 취향을 긍정한다. 긍정한다는 것은 그 조건들에 만족한다거나 그것들을 고정된 형태로 수용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이러한 조건들을 모르는 척하지 않겠다는 의지이자 마치 다른 조건들을 가진 인간인 양 착각하거나 참칭하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그 무거운 긍정에서 출발해 솔직한 비평을 하려고 한다.

이 글을 먼저 읽어준 손혜경, 임진하, 전기화에게 감사한다. 함께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 사람들, 특히 현장문학 스터디원들에게 감사한다. 손유경 선생님과 박성창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 언니에게 감사한다.

■인아영

△1990년 서울 출생, 서울 거주

△서울대 인류학과·미학과 졸업, 현재 서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전공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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