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내외 출판시장 진단

미국·일본의 부러운 ‘선방’…침체된 한국, 책 생태계 만들기 여전한 ‘과제’

2018.12.14 21:23 입력 2018.12.17 10:20 수정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매월 시장 통계를 발표하는 미국출판협회(APA)에서 올해 10월까지의 미국 출판시장 누적 매출액을 며칠 전 발표했다. 단행본 출판시장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3.5% 성장했다는 것이다. 내역을 보니 성인 픽션과 논픽션은 4.0%, 어린이·청소년 도서는 1.8% 각각 증가했다. 반면 2014년을 정점으로 하락한 전자책은 올해도 3.1% 감소했고, 오디오북 음원 출판은 37.7%나 커졌다. 반면 CD 형태의 패키지 오디오북은 지난해보다 22.3% 감소했다. 현재 여러 나라에서 연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 <비커밍> 같은 책의 막대한 저작권 수출액은 별도다. 올해 미국 출판은 상당한 사업 성과를 올리며 선방한 셈이다.

일본은 어땠을까. 일본 출판과학연구소가 상반기 결산 자료로 내놓은 통계를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시장 규모가 5.8% 감소했다고 한다. 도서와 잡지는 각각 3.6%, 13.1% 줄었고, 전자출판 시장은 만화를 중심으로 9.3% 성장했다. 하반기에도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매출에 포함되지 않는 저작권 수출 로열티는 1400억원대 규모로 커졌다. 일본을 대표하는 기노쿠니야서점은 올해 5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30번째 해외 매장을 열었다. 일본 최대급 출판사인 고단사는 매출의 30%가 이미 디지털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일본은 나름의 역동성을 키워가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 출판시장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다행히 전년 대비 생산과 판매 지수가 다소 나아졌다지만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단행본 시장 침체는 더욱 심각해진 양상이다. 최근 중견 출판사들조차 초판 1000부 발행은커녕 200부 안팎의 단위로 책을 발행하기 위한 공동 시스템 구축 논의가 나올 지경이 되었다. 극단적인 다품종 소량 판매 시대의 서막이다. 확실한 것은 지난 3분기까지 인터넷서점만 9.1% 성장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추산한 것처럼 우리나라 유통업의 온라인 거래 비중(18.2%)은 미국(9.0%)이나 일본(7.4%)보다 2배 이상 높다. 인터넷서점이 할인 유통 채널로 기능하며 점유율만 높여가는 것은 다른 한편에서 오프라인서점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른바 ‘아마존 효과’다. 올해도 인터넷서점들은 중고책 시장의 확장, 특별판(독점 판매), 굿즈 마케팅, 전자책 독점 판매와 대여제 등으로 출판 유통질서 왜곡을 심화시켰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도, 개선 움직임도 없었다.

한·미·일의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연유할까. 출판 비즈니스 주체들의 수완과 기업 규모, 산업 환경 등 여러 차이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출판시장을 떠받치는 원동력이자 향유자인 독자의 규모 차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민 독서율은 미국 70%대, 일본 60%대, 한국 50%대다. 출판계와 서점계 내의 협업 구조가 미흡한 것도 우리의 큰 단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함께 읽는 2018 책의 해’였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민관이 손을 잡고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새로운 독서운동 도입, 29개 시·군·구가 모여 발족한 전국책읽는도시협의회 창립, 지역 단위 풀뿌리 독서 환경 조성 사업, 독자 개발 연구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책과 출판의 미래를 만들고자 했다. 한 해에 끝낼 일이 아니고, 더욱 정교한 책 생태계와 독자 만들기 전략이 필요하다.

[2018 국내외 출판시장 진단]미국·일본의 부러운 ‘선방’…침체된 한국, 책 생태계 만들기 여전한 ‘과제’

한편 올해 3월13일 출판인들이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사무소 앞에서 벌인 ‘문화국가 건설을 위한 출판 적폐 청산 촉구 출판인대회’, 4월16일 출판계와 소비자단체 등이 맺은 ‘건전한 출판유통 발전을 위한 자율 협약’ 체결, ‘임원 추천위원회’ 구성을 골자로 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인선 관련 정관 개정과 사실상 민선 원장의 첫 취임, 7월부터 시행된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9월에 출판단체가 발표한 블랙리스트 관련자 처벌 촉구 성명 등은 출판 친화적인 환경 개선을 위한 출판계 노력의 일단을 보여준다.

디지털 자원의 유용한 활용과 출판유통정보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책과 독자를 잇고 출판산업의 재구조화를 추진해야 하는 과제가 현안으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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