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바쁘고 성과도 냈지만 삶은 가난했다…올해는 소중한 사람을 돌보며 지내보자

2019.01.18 20:42 입력 2019.01.18 20:47 수정
정지혜 사적인서점 대표·북디렉터

나를 뺀 세상의 전부

김소연 지음

마음의숲 | 262쪽 | 1만4000원

[책 처방해 드립니다]지난해, 바쁘고 성과도 냈지만 삶은 가난했다…올해는 소중한 사람을 돌보며 지내보자

2018년은 살면서 가장 바쁜 한 해였습니다. 나를 돌볼 시간도 없었던 탓에 타인을 둘러볼 여유는 더더욱 없었지요. 일에서는 바라던 이상으로 좋은 성과를 얻었지만 정작 내 삶은 가난하다는 생각이 들어 우울했습니다. 그럴 때 공허한 마음을 채워준 건 역시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올해는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거나 성취하기를 바라기보다 나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을 잘 돌보는 한 해를 만들자고 약속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누군가의 주장을 듣고 있을 때보다 누군가의 하루를 지켜보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게 될 때에 더 크게 설득되고 더 큰 경이감이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나도, 되도록 생각한 바와 주장하는 바를 글로 쓰지 않고, 다만 내가 직접 만났거나 직접 겪었던 일들만을 글로 써보고 싶어졌다. 나를 뺀 세상의 전부, 내가 만난 모든 접촉면이 내가 받은 영향이며, 나의 입장이자 나의 사유라는 걸 믿어보기로 했다. 이 사소한 하루하루를 읽고서 누군가는 부디 자신을 둘러싼 타인과 세상을 더 멀리까지 둘러보게 되었으면 좋겠다.”(10~11쪽)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 <나를 뺀 세상의 전부>는 직접 경험한 것들만 쓰겠다는 다짐으로, 직접 만나고 보고 겪은 것들을 기록한 책입니다. 그래서인지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머문 장소가, 겪은 일이, 그리고 시인이 느낀 감정이 마치 그 자리에 내가 함께 있었던 양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그 이야기들을 따라가는 동안 닮고 싶은 삶의 태도들을 자주 발견했습니다.

너무 욕심을 내서 어떤 일을 하려고 들며 자신을 좀 말려달라는 부탁에 “말리지 않을래요. 그냥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해요. 대신 엉망이 되면 옆에 있어는 줄게요”라고 대답하는, 잘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마음을 먹게 하는 사려 깊음. 작은 선물을 챙겨서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그림책을 선물해 내가 건넨 책을 읽는 이의 표정을 지켜보며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이 된다는 걸 가장 짧은 시간에 경험하는 즐거움. 서로 익히 아는 오래된 상처를 꺼내어 내밀한 관계임을 새삼 확인하기보다는 다음 달에 무얼 할지, 내년에 무얼 할지, 새롭게 꾸고 있는 꿈이 무엇인지 묻는 건강한 호기심. 정신없이 바쁜 어느 날, 모르는 동네의 골목을 구석구석 누비며 비좁은 마음속에 자그마한 자리를 만드는 여유.

[책 처방해 드립니다]지난해, 바쁘고 성과도 냈지만 삶은 가난했다…올해는 소중한 사람을 돌보며 지내보자

이 책의 표지에는 ‘나는 당신과 함께 살아가므로 완성되어간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시인이 살아가며 만난 접촉면들로부터 받은 영향들이 저에게도 잘 전해진 것 같습니다. 이러한 태도들이 내 삶에도 잘 스며들게 하고 싶다는 사소하지만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으니까요. 그것이 바람과 다짐으로 그치기 전에 몸으로 실천하고 싶었고요.

곁의 소중한 이들에게 생일을 물었습니다. 새 다이어리를 펴고 가장 아끼는 펜으로 그들의 생일을 또박또박 적었습니다. 4월의 어느 날이라는 답장에 봄처럼 다정한 친구다 싶었는데 역시 그랬구나 웃기도 하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알게 된 이들의 생일이 한 주에 몰려 있는 걸 보며 즐거운 일주일이 되겠구나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이들과 함께 웃고 울고 살아가면서 저의 한 해가 완성되어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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