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자연 세계의 모험, "이게 뭐예요?"

2020.01.01 18:22

<이게 뭐예요?> 표지 / 머스트비 제공

<이게 뭐예요?> 표지 / 머스트비 제공

조난당한 걸리버를 포획한 소인국 ‘릴리푸트’ 사람들, 튤립에서 태어난 손가락만한 엄지공주, 물약을 먹고 몸이 작아진 앨리스의 공통점은 이상한 나라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들만큼 몸집이 작은 것은 아니겠지만 소인의 세계를 살고 있는 어린이들이 체감하는 세상은 어른들의 눈에는 이상한 세계로 보일 수도 있다. 막대사탕같은 민들레 홀씨 다발, 초록색 탱탱볼이 붙어 있는 호두나무, 누군가 만들어 놓은 눈 뭉치 같은 말불버섯…….

청소년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하는 ‘라파엘 마르탱’이 쓰고,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젊은 일러스트레이터 ‘클레르 슈바르츠’가 그림을 그린 <이게 뭐예요?>(강현주 옮김, 머스트비 펴냄)는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온갖 모양들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담아낸 그림책이다.

<이게 뭐예요?> 본문 중에서 / 머스트비 제공

<이게 뭐예요?> 본문 중에서 / 머스트비 제공

돋보기를 들여다보듯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한 <이게 뭐예요?>는 고양이, 애벌레, 그리고 2020 경자년의 주인공인 쥐 세마리가 이상한 자연의 세계를 탐험한다. 작은 생명체가 주인공인 이상한 나라의 여행기 혹은 표류기라고 해야 할까?

동물과 자연이 나오는 단순한 아동 그림책으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20세기 초 유럽의 지식인들은 식물의 모양새에서 원초적인 형태를 발견해내려 노력했다. 독일 문예비평가 발터 베냐민은 한 사진가가 확대해서 찍은 식물도감 사진을 “모든 것 속에서 처음부터 작용하고 있었다는 의미에서 원초적 형태들”이라고 감상평을 적었다. 가령, 확대해 찍은 고사리 줄기 사진은 주교 지팡이처럼 보였다. 생전 뛰어난 과학자로 불리기를 원했던 독일의 대문호 괴테 역시 “자연 속에 다양한 형태는 몇 가지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형태들”이 있다고 했다. 그림책을 보며 아이들에게 괴테와 베냐민까지 설명해줄 필요는 없겠지만,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은 기억하자. 비슷한 유형들을 머릿 속에 떠올리는 일은 상상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

<이게 뭐예요?>를 읽고 보는 법이 따로 있다. 책은 무언가 닮은 듯한 자연의 모습을 왼쪽 페이지에 그리고 적었다. 오른쪽 페이지는 그에 대한 해답이다. 따라서 오른쪽 페이지는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가려야 한다. 양쪽에 질문과 답변이 있는 셈이다. 이야기의 조연들인 쥐, 고양이, 애벌레 찾기 놀이를 하며 읽었던 책을 다시 재미있게 볼 수도 있겠다. 가장 맘에 드는 그림은 액자에 넣어 걸어도 좋을 정도로 질리지 않는 그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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